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집을 사든 땅을 사든 주식투자를 하든 결국 중요한 건 종자돈이다. 절약습관으로 장만한 종잣돈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투자전략들이 떠돈다. ‘이렇게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영웅담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정석만큼 좋은 투자전략은 없다. 꼼수를 부려 한방에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절약습관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2세처럼 부모 잘 만나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 부모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게 행복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준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정성을 다해 인생의 꽃밭을 가꾸고 그 안에서 예쁘게 피어난 꽃을 바라볼 때 보람을 느낀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래야 황혼이 다가왔을 때 자신의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확고한 꿈을 가진 사람을 가끔 본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 그렇게 한발 한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보면 괜스레 뿌듯해진다.
‘주식으로 10억원 만들기’라는 꿈을 한번 생각해보자. 필자는 이 또한 대견한 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돈 가치의 하락으로 10억원이라는 의미가 예전에 비해 축소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10억원 모으기를 꿈꾼다. 그걸 보면 이 목표도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하다.

10억원을 모은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종잣돈을 통해 부를 이뤘다는 점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10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1000만원, 1억원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종잣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10억원이라는 돈 자체를 목표로 하기에 앞서 종잣돈 만들기에 올인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 성급한‘한탕주의’보다는 차곡차곡 돈을 쌓는 저축습관이 필요하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돈이 불어나는 현상은 수학연산과는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점이다. 무일푼에서 1000만원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1000만원으로 2000만원 만들기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같은 1000만원 벌기인데 들여야 하는 노력과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거다. 돈이 돈을 부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허허벌판에서 종잣돈을 만드는 것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독해야 한다. ‘짜디짠 구두쇠’라는 핀잔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럴 만한 자신이 없다면 종잣돈 만드는 걸 포기해야 한다.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선 효과적으로 절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금과 카드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게 좋다. 주재원 가족으로 중국에서 생활하던 당시가 떠오른다. 다른 문화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돈과 관련한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던 건 좋았다.

중국인의 특징 중 하나가 현금결제 위주로 생활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현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솔직히 카드사용은 계산의 개념을 흐리게 한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계좌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어도 몸으로 느끼지 못해 피해정도를 추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현금은 물건의 가치를 곧바로 인지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절약하는 사람이 결국 이겨

우리나라도 어렵고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카드로 꾸려가는 인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중국의 지금이 우리나라의 그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중국이 현금위주의 사회인 건 넉넉지 않은 경제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2000위안(약 36만원) 안팎이라면 좀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중국에서 현금결제 위주로 생활하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했던 생활패턴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중국의 소비시스템 중 본받아야 할 점은 또 있다. 충전한 만큼만 쓰는 방식이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시간 동안 집안 욕실에 감금(?)됐던 적이 있다.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공사를 하는가 싶어 마냥 기다려봤지만 여전히 수돗물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비눗물도 씻지 못한 채 남편에게 SOS를 쳤다. 부랴부랴 남편이 원인을 알아 봤다.

이유는 충전방식에 있었다. 중국은 먼저 요금을 충전해 놓고 물을 쓰는 방식이다. 전화도 가스도 마찬가지다. 요금을 미리 충전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끊긴다. 욕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난리를 겪을 때만 해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생활을 하다 보니 이것이 좋은 절약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경우 전기요금이든, 수도요금이든, 통신료든,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지불한다. 지불이 조금 늦어도 큰 불편은 없다. 연체료만 조금 물면 그만이라서다. 선先사용 후後지불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돈을 나중에 내면 헤프게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낭비 후 날아 온 고지서를 보고 후회한들 소용없다. 중국처럼 미리 한달분을 충전하면 그에 맞춰 사용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절약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주식과는 무관한 주제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런 사소한 습관이 주식과 연관돼 있어서다. 절약하는 습관은 종잣돈을 마련하거나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때 큰 도움을 준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 대부분은 쇠고기 한 근을 차분히 먹으려 하기보다 소 농장을 통째로 구입하려 든다.

좋게 말하면 통이 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급한 것이다. 이런 ‘한방주의’는 티끌 모아 100만원 되고, 그것이 모여서 200만원이 된다는 사실을 무시하게 만든다. 어떡하면 1000만원을 빨리 불려 10억원을 만들 수 있을까만 고민하게 된다.

아껴 만든 종잣돈이 희망

종잣돈 마련하기 위해 아끼고, 모으고, 낭비하지 말라고 노래 부르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 아니다. 필자의 노랫소리에 취해 보라. 어느새 저축습관으로 불어난 당신의 통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돈이 종잣돈으로 변하는 순간 당신은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증시 주변에는 많은 주식투자 격언이 떠돈다. 그것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다. 다만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실패자와 성공자가 갈린다. ‘아끼고 절약해 종잣돈을 만들라’는 필자의 주장도 주식격언에 넣길 바란다. 이 말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다. ‘저축하는 것을 이길 수 있는 상품이 나온다면 세상은 종말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위시리스트’라는 말은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주로 쓰는 말이다. 가정을 이루기 전 상대에게 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적은 리스트다. 주식시장에도 위시리스트가 필요하다. 그 위시리스트 중 하나는 ‘이길 수 있는 환경 만들기’라고 말하고 싶다.  


절약을 통한 종자돈 준비는 이런 환경조성의 첫걸음이다. 그래야 신중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환경을 잘 조성한 뒤 뛰어들어야지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간 큰코다치게 마련이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