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파트1] 현대차ㆍ기아차와 나머지 3사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현대차•기아차가 과점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도 가능하다. 현대차•기아차가 해외기업에 넘어간다면?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다. 이들의 존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가 미국 LA 도심을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해외에서 596만대를 판매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를 기회로 삼으며 성장한 회사가 있다. 현대차 그룹이다. 해외기업에 매각된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1998년 법정관리 중이던 기아차를 인수해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현대차•기아차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82%를 점유하고 있다. 해외에 매각된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3사의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해외시장에서만 596만대를 팔았다. 3사를 합한 81만대보다 7배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48조5720억원, 영업이익 2조1857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대비 매출은 약 3배, 영업이익은 5배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약 66조9000억원)를 넘어섰는데, 현대차•기아차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런 국내 자동차 시장구조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크게 두개로 갈린다. 하나는 현대차•기아차의 강력한 파워로 경쟁이 어려운 탓에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자동차로 성장한 현대차•기아차 덕분에 내수시장에 활력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차가 국내시장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위축을 상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차의 성장은 강력한 오너십을 통한 연구개발(R&D)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해외 본사에 종속돼 의사결정권을 잃은 한국GM과 르노삼성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기아차는 R&D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지난해에는 5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2011년 현대차•기아차 매출의 24%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차는 5000억원을 투입하며 4년 동안 R&D에 몰두한 결과, 2008년 제네시스 생산에 성공했다. i40•벨로스터 등의 신차도 줄줄이 출시했다. 특히 제네시스는 2009년 한국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1만876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는 2005년부터 5년 동안 4500억원을 투입해 2009년 K7을 출시하는 등 K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아울러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도 현대차•기아차의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차•기아차는 현재 미국•유럽 선진시장, 중국•인도•러시아 신흥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 8개국 16개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연구소와 디자인센터, 유럽 기술연구소 등 R&D 시설도 해외 현지에 구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차는 주요 시장의 생산공장과 R&D 센터를 기반으로 현지에서 수집된 시장정보를 분석해 ‘현지 전략형 차종’을 개발•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차가 해외기업에 인수됐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R&D 기능을 잃은 유명무실한 산업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올 법하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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