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학개론

▲ 부하를 야단 칠 때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야단을 칠 때는 내용과 형식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해야 한다. 혹독한 비판의 결과는 파괴적이게 마련이다. 분노와 참담함 같은 감정적 반발을 낳기 때문이다. 심한 야단은 파괴적 앙갚음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된다.

야단이야말로 리더십의 진수로 ‘프로상사’와 ‘아마추어 상사’를 나누는 확실한 분수령이다. 흔히 ‘감성리더’라 하면 칭찬 잘하는 리더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진짜 감성리더는 야단에서 판가름 난다. 칭찬을 못하면 동기부여를 제대로 못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제대로 야단 못 치는 상사는 동기부여는 고사하고, 부하의 사기와 조직성과를 사정없이 떨어뜨린다.

테레사 글롬·찰스 훌린·앤드루 마이너의 ‘일지를 통해 본 직장 심리학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사의 모욕·조롱·무시·폭언·경멸 등의 도를 넘어선 대우가 당사자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칭찬·인정·존중을 받았을 때보다 5배나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야단’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무한 야단 상사, 한번 실수를 묵은 김장 김칫독 파듯 매번 잊을 만하면 고정 레퍼토리 삼아 야단치는 상사, 기승전결 없이 무슨 말인지 모르게 야단만 치는 상사, 쌓아놓았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것 하나까지 들춰내는 상사, 공개적으로 인민 재판하는 상사. 이런 상사들의 개념 없는 야단에 부하직원들은 잘못을 알고 충분히 반성하다가도 적대심과 반항심만 커진다.

같은 내용이라도 기 살려주는 야단과 기죽이는 야단이 있다. 기 살리는 상사는 “능력을 가진 당신이 왜 이 정도밖에 못하느냐”며 인정과 신뢰를 기본으로 깔고 꾸짖는다. 반면 기죽이는 상사는 “실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니까 만날 이 모양이지”라며 다그치기만 한다. 기 살리는 상사는 신뢰를 보여주면서 보완점을 고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죽이는 상사는 개선이 여지란 결코 없다는 식으로 비아냥댄다.

야단을 칠 때는 내용과 형식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해야 한다. 혹독한 비판의 결과는 파괴적이게 마련이다. 분노와 참담함 같은 감정적 반발을 낳기 때문이다. 심한 야단은 심지어 파괴적 앙갚음을 낳게도 한다.

야단 기술이 없는 상사들이 범하는 또 다른 실수는 간접 야단이다. 특정 부하에게 불만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부하에게 말을 흘림으로써 그 말이 한 다리 건너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의 분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당사자의 불안과 불만을 더 자극한다. 말을 전해 들은 부하는 직접 찾아가 묻기도, 변명하기도 난감하니 감정만 더 상한다. 반론의 기회 자체가 차단되면서 대응하거나 해명할 기회가 없는 것도, 자신의 실수나 잘못이 공공연하게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불쾌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야단치는 것만큼 ‘제때’ 야단치는 것도 중요하다. 야단의 벌점을 마일리지처럼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쓰면 안 된다. 갑자기 분출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그때그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립을 피하고 무조건 참는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착한 상사가 되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상사들일수록 야단을 피한 채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부하가 보기에 별것 아닌 일로 폭발한다.

상사는 한두 번 참은 게 아니지만 그걸 모르는 부하는 당황스럽다. 어떨 때에는 잘 넘어가더니, 어떨 때에는 과도하게 분출하니 혼란스럽기조차 하다.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다음 폭발시켜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분수처럼 분출하지 말고 필요한 때마다 시냇물처럼 졸졸 흘려라. 제때 얼굴을 마주하고 제대로 야단쳐라.

 
강한 상사를 살펴보면 모두 효과적으로 야단치는 노하우를 개발해놓고 있다. 노하우의 핵심은 간단하다. 당신의 부하 시절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당신도 상사에겐 여전히 부하다. 그가 어떻게 야단쳐주길 바라는가. 그것이 부하를 야단치는 최선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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