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人格, 國格, 그리고 株格

▲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돈을 끌어들일 만한 인격부터 갖춰야 한다.
주식시장은 냉정하다. 누군가 수익을 올리면 누군가는 투자금을 잃는다. 이런 분위기는 주식투자자에게 ‘조급증’을 준다. 남보다 빨리 투자하고, 남보다 빨리 챙겨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함에서다. 하지만 이런 조급증은 주식시장을 ‘막장 드라마’로 이끄는 요인이다. 이제 주식투자자도 ‘격格’을 가져야 할 때다.

주식투자자 A씨가 있다. 여러 종목에 투자한 상태다. A씨는 단순하다. 단 하나의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려 한다. A씨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아쉽지만 주식시장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일정한 틀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 일정한 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만 봐도 주식시장이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군사위기가 터지면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지게 마련이다.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는 예외다.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해도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보인 당일에는 주식이 떨어지고 사재기 열풍이 불기도 하지만 이내 잠잠해진다. 3차 북핵 위기라는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척 침착하고 냉정하게 흘러가고 있다. 주식도 큰 변동이 없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처럼 주식은 고정된 틀 없이 움직인다.

주식시장은 현재 큰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무엇보다 종목의 움직임이 그렇다. 종목을 만드는 주체들도 시장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개인투자자다. 변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주식시장은 투자종목을 슬림화하는 추세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은 백화점식 계좌를 만들고 한숨만 쉬고 있다. 새로운 투자기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한탕주의 도박에 빠진 듯하다. 주식시장은 ‘정부가 허가 내준 노름판’이라는 말이 있다. The Scoop에서도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가 될 수도, 노름이 될 수도 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 “나 주식투자 하고 있소”라고 떳떳하게 드러낸 적 있는가.

과거에는 필자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주식을 ‘속임수의 늪’이라고 생각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늪 속에 빠진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주식시장은 누군가가 죽어줘야만 살 수 있는 처절한 곳이다. 먹고 먹히는 생존 경쟁은 물론 막장드라마까지 공공연하게 펼쳐진다. 그러니 개인투자자들도 이젠 변해야 한다.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무엇보다 대박의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주식을 처음 접한 사람일수록 한방보다는 ‘정석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주식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론 또한 발전한 만큼 투자기법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마디로 개인투자자들이 ‘격식을 갖춘 투자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은 변하는데 개미는 요지부동

사실 개인투자자들이 격식을 갖추지 못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틈이 없었을 게다. 상처가 나을 때쯤 또다시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나라도 살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가끔씩 투자가이드 방송을 무료로 진행한다. 가입자들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창구는 그들이 올리는 글뿐이다. 그런데 그 글을 꼼꼼하게 읽다보면 의견이 천차만별임을 느낀다.

주식시장은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이 신의 영역에 속하는 주식시장을 꿰뚫어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마찬가지로 필자가 추천한 종목이 수익을 낼 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필자가 제시한 종목 가운데 10%는 손실의 영역이다. 여기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그중에는 필자의 조언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매매를 일삼은 뒤 원망을 쏟아내는 투자자도 있다. 분명 필자는 투자를 하든 매매를 하든 기준에 맞는 주의사항과 대응방법을 제시했다. 손실 난 부분에 대해 얼마나 마음이 다급했으면 필자의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그렇게 서둘렀을까 싶다. 이런 섣부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왜곡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동안 주식투자자들이 받은 질시 어린 눈초리가 이런 모습 때문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건 차트 하나를 더 보는 게 아닐지 모른다. 주식시장을 받아들일 만한 격부터 갖춰야 한다. 그래야 대박을 쳤을 때도 잘 대응할 수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대박을 치면 그 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를 수밖에 없다. 투자수익금을 엉뚱한 곳에 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 여러 개인투자자를 만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성공한 투자자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실패한 투자자는 ‘그러니 실패했지’라는 빈축을 당할 정도의 이유와 태도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거지로 태어나도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당장 손실이 나서 이성을 잃고 허공을 헤매기보다는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복기하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패를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부자로 가는 길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도 않을 거다.

진정으로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려면 많은 수익이 발생했을 때 격식 있게 행동해야 한다. 주식시장에 떠도는 돈은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수익의 일부는 드러내지 말고 아름다운 곳에 기부하는 모습을 한번쯤은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면 주식시장이 막장 드라마로 빠지지 않을 듯하다.

주식시장에 사연 없는 돈 없어

주식시장에서 대박 쳐 전설이 된 사람들은 많다. 주식투자자들은 누구나 그런 전설이 되기를 원한다. 그 전설 속의 대열에 끼어들기 위해선 싸구려 같은 모습으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주식은 수익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이 지나 온 과정을 한번만이라도 고개를 돌려 봐야 한다.

 
남자를 가장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텅 빈 지갑’이라고 했다. 하지만 텅 빈 지갑을 애써 꽉 채워놔도 남자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 텅빈 지갑에 ‘가치 없는 돈’이 들어 있다면 말이다. 주식투자에도 ‘격’이 필요하다. ‘격’이 있어야 ‘격이 있는 투자’를 할 수 있고, ‘격이 있는 돈’을 벌 수 있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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