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파트1] 서울모터쇼 vs 뉴욕오토쇼

서울모터쇼의 중심이 ‘자동차’가 아닌 ‘쇼(Show)’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로 관람객을 유혹했다면 이제는 레이싱 모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신차 공개, 기술력 경쟁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글로벌 모터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 ‘2013 서울모터쇼’ 현장. 한 관람객이 셔터를 누르며 “이야~ 사진 잘 나오네”를 연발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니다. 바로 옆에 서있는 레이싱 모델이다. 서울 모터쇼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아닌 모델 등 보이는(showing)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과거 자동차업체 부스에는 자동차의 전문적인 영역을 설명하는 엔지니어라는 도우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도우미가 모델이다.

# 또 다른 자동차업체의 부스. 사람들이 홍보 데스크 앞에 길게 줄을 서있다. 차량 공개 행사가 끝난 후 간단한 선물을 받기 위해서다. 각 자동차업체 부스에서 행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공개되는 차량보다 선물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비쳐진다.

서울모터쇼가 3월 28일 열렸다. 하지만 진정한 모터쇼의 의미를 잃어버린 흔적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렇다면 모터쇼 개최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자동차 업체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뛰어난 기술을 알려 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차량을 전략적으로 공개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모터쇼는 단순히 자동차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는 ‘신차’가 없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되는 신차) 모델이 9대 공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풀 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이 없다.

▲ 서울모터쇼가 3월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9대 공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풀 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은 없다.
현대차•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모델은 콘셉트카 2대(현대차 ‘HND-9’, 기아차 ‘CUB’)와 트럭 3대다. 일반 양산차는 없다. 쌍용차 역시 콘셉트카 ‘LIV 1’을 공개했다. 쌍용차가 첫선을 보인 체어맨 W 서미트는 체어맨 W를 개조한 ‘페이스 리프트(부분 또는 중간 모델)로 신차로 보기 어렵다.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한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와 얘기를 해서 신차로 겨우겨우 끼워 넣어 총 9대를 맞췄을 뿐”이라며 “진정한 개념의 신차(풀 체인지 모델)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수입차들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을 전시하거나 해외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는 차량을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신차 부족현상은 서울 모터쇼의 가장 큰 문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서다. 지난해 국내에선 총 154만대의 차량이 판매됐다. 중국(1939만대), 미국(1449만대), 유럽(1253대), 일본(537만대)에 비해 적은 판매량이다.

모터쇼는 시장 크기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진다. 미국•유럽•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데, 굳이 한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 차량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디트로이트•LA•시카고•뉴욕 모터쇼에서 차량을 공개하고, 유럽은 프랑크푸르트•제네바•파리 모터쇼, 중국은 베이징•광저우 모터쇼에서 신차 발표를 한다.

최근 기아차가 ‘쏘울’을 서울모터쇼가 아닌 뉴욕오토쇼에서 최초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쏘울의 판매대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쏘울은 지난해 국내에서 약 6000대를 판매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2배가 조금 못 미치는 11만5000대를 판매했다.

신차 부족, 쇼(Show) 중심으로 치우쳐

 
이런 이유로 서울모터쇼가 자동차가 아닌 보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레이싱 모델이다. 신차가 없고, 차량으로 관람객을 유혹하기 힘드니 다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양한 신차와 슈퍼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모터쇼를 두고 ‘별들의 잔치’라고 말하는데, 서울모터쇼의 경우 별은 레이싱 모델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사실 모터쇼의 가장 큰 매력은 자동차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전문가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직접 타보고 느낄 수 있는 점이다. 평상시 신문•TV 등 언론을 통해서만 보던 차량들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따끈따끈한 신차들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는 8개국 29개 완성차업체가 참여해 270여대 차량이 전시됐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차량 대수, 규모 등 숫자적인 의미만 커졌을 뿐 신차도 없고, 모터쇼로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모터쇼보다 하루 앞서 열린 미국 뉴욕오토쇼는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2시간 동안 전문가에게 자동차 모델•기술•회사 정보 등에 대한 설명을 받으며 모터쇼를 관람할 수 있는 ‘프라이빗 그룹 투어’가 대표적이다. 50~60달러(5만5000~6만6000원)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표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또 여성 자동차 전문 사이트 브룸걸즈닷컴의 편집장 타라 와인갈튼이 직접 가이드하는 ‘레이디 투어’와 ‘스페인 투어’ ‘가족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뉴욕오토쇼의 가장 큰 장점인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 자체가 중심이 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디자인 등 차량 외형적인 부분만을 보고 지나치게 되는 서울모터쇼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서울모터쇼도 이제는 자기만의 색깔을 입히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가 신차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미국 디트로이트•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등 세계 3대 모터쇼를 예로 들어보자.

▲ 한 자동차업체 부스에서 레이싱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모터쇼가 자동차가 아닌 레이싱 모델 등 ‘쇼(Show)’적인 부분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3개 모터쇼는 자동차 업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다양한 신차를 공개한다. 그 결과 관람객이 모여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최고 기술•최대 규모(프랑크푸르트), 매년 1월 열리는 신년 인사 성격(디트로이트), 신모델 출시 강점(제네바) 등 3개 모터쇼가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글로벌 행사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관람객 참여 이끌고 전문가 영입해야

이런 점에서 서울모터쇼에서 열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의 디자인 설명회는 눈길을 끈다. 그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콘셉트로 잡을지 등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전달해 서울모터쇼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기술과 IT의 융합 트렌드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국제 ITS 세미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성장 방안”이라며 “여기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신차 등 차량 부분을 강화하면 서울모터쇼도 글로벌 자동차 행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명현 한남대(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백대의 자동차가 한자리에 모인 곳에서 직접 설명을 듣고, 보고, 타보는 모터쇼의 기본 콘셉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