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총론] 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사태

 
재벌총수 A씨. 그는 틈만 나면 세상 부조리를 꼬집었다.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검은 비리’와 무관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그 역시 ‘비자금 사건’에 휘말렸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사람들은 ‘그의 찬란했던 인생도 끝’이라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정부가 A씨를 특별사면했기 때문이다. 그의 앞길엔 또다시 비단길이 깔렸다. 사면 직후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협회의 수장에 잇달아 올랐다. 경영을 하는데도 별 지장을 받지 않았다. 엄청난 죄罪를 지었음에도 누릴 건 다 누린 셈이다.

2010년께. A씨는 한 월간지 기자를 만났다. 수습딱지를 막 뗀 초보기자였다. A씨는 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하고 인터뷰를 하면 회사에서 인정할 테니 잘 해봐.” 그는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스스로를 치켜세우기 바빴다.

바로 이거다. 정부 고위직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이유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인사청문회가 까다로워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고위층’에게만 유독 자비를 베풀어서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특혜를 줘서다. 그러니 고위층이 특권의식을 갖는 거다. 불법과 편법을 맘 놓고 자행한 거다.

이번 고위층 낙마 이유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은 기본, 세금탈루는 옵션이다. 고위직 후보자의 낙마 사태. 지나친 자비가 초래한 ‘재앙’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thescoop.co.kr|@chan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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