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취급받던 원단의 변신

원단조각은 그간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원단조각을 제대로 재활용하면 연간 3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서울시는 원단조각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특히 환경부가 선정한 재활용 대상에 ‘원단조각’이 없는 게 문제다. 서울시의 사업이 ‘시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봉제업체에서 나오는 원단조각을 재활용하면 경제적·사회적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2013년 3월. 경기 남양주 재활용업체에 원단조각 400t이 들어왔다. 정화과정을 거친 원단조각은 경기 동두천 가공업체로 이동했다. 압출과 열처리를 거친 원단조각은 면ㆍ폴리에스테르ㆍ나일론ㆍ모직ㆍ털로 분류됐다. 일주일 후,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은 플라스틱으로, 면은 인테리어 자재와 신발 중창으로, 모직은 재생원단으로, 털은 부직포로 재생됐다. 원단조각이 다시 태어난 것이다.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원단조각은 생활쓰레기로 버려진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래 전부터 분리하지 않고 버려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봉제공장에서 배출하는 원단조각은 하루 평균 400t. 연간 14만6000t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중구 2만t, 중랑구 2만t, 종로구 1만6000t, 기타 지역 3만t이다.

버려지는 원단조각 중에서 재활용되는 양은 극히 미미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50%는 소각되고 20%는 매립된다. 30%는 무허가업체가 수거하는데, 재활용이 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무단으로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결국 버려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단조각이 훌륭한 사회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을 통해서다. 봉제공장에서 원단조각를 분류한 후 재활용 가능한 원단조각을 가공공장으로 넘긴다. 이 공장에서 재생섬유나 연료로 만들어내면 각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잘만 재활용하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많다는 얘기다.

올 2월 서울시와 지식경제부는 ‘원단조각 쓰레기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업목적은 하나다.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순환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쓰레기 수거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성북구ㆍ강북구ㆍ성동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범사업기간은 올 7월까지다. 이후엔 서울의 모든 자치구가 시행할 예정이다.

▲ 봉제공장에서 완벽하게 분리가 이뤄지면 재활용 수거 비용을 좀 더 줄일 수 있다.

원단조각 재활용 움직임 뚜렷

원단조각 재활용은 분리수거에서 시작한다. 자세히 살펴보자. 자투리 원단조각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면ㆍ울ㆍ모직은 A형, 나일론ㆍ털ㆍ시폰은 B형, 합포ㆍ솜은 C형이다. 봉제공장에서 원단조각을 분리해 전용 봉투에 담으면 자치구와 계약을 맺은 재활용업체가 매일 수거한다.

원단조각이 재활용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원단조각이 재활용업체로 오면 두번에 걸쳐 정화된다. 원단조각에서 폐기물을 걸러낼 때 한번, 불순물을 제거할 때 두번이다. 깨끗하게 정화된 원단조각이 가공업체로 오면 종류에 따라 재활용 작업이 이뤄진다.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섬유는 잘게 쪼개 압축된 원단조각(칩)으로 만든다. 이 칩을 이용해 플라스틱이나 자동차 바닥용 시트를 만든다. 면의 재활용 과정은 또 다르다. 연료가 되기 위해 폐기물에서 재활용 물질을 골라낸다. 종이•목재•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만 모아서 압축한다. 그러면 재생섬유나 고형화연료의 소재가 된다. 고형화 연료는 쓰레기재생연료를 말한다. 열효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서울시는 원단조각 중 20~30%는 재생섬유, 70~80%는 고형화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생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원단조각은 ㎏당 재생섬유용은 150~200원, 고형화 연료용은 100원에 가공공장으로 팔린다. 결과적으로 재생섬유용은 31억~63억원, 고형화연료용은 74억~84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1차 단계에서만 최소 116억원, 최대 137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원단조각은 낮은 온도에서 섬유를 잡아 늘이는 연신과정과 열처리를 거치면 열에너지로 변환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원단조각 재활용의 경제적 효과는 이게 다가 아니다.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원단조각은 연간 14만6000t이다. 100L 쓰레기봉투(1860원)로 약 353만장이 필요하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값만 65억6580만원이 나가는 것이다. 이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봉제공장이 원단조각을 재활용 전용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다. 재활용 전용 봉투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달리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원단조각을 처리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거다. 비용은 매립이 t당 1만8000원, 소각이 1회 15만원(국립의 경우)이다. 연간 배출되는 원단조각 14만6000t 중에서 50%는 소각되고, 20%는 매립되는데, 소각비용 109억5000만원, 매립비용 5억2560만원이 소요된다. 무허가업체가 수거하는 30%를 제외해도 쓰레기 처리비용 114억7560만원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원단조각을 재활용함으로써 최소 3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는 셈이다. 중견 직물업체 한 개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과 맞먹는 규모다.

 
원단조각의 이런 장점은 우리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원단조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쓰레기처리비용 등 국가예산을 감축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성북구는 원단조각 재활용을 통해 올해 쓰레기처리비용 5300만원과 수집ㆍ운반비용 28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환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주임은 “원단조각 재활용으로 수도권매립지 부담금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매립과 소각의 감축으로 녹색성북 슬로건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단조각 재활용은 미래 사회의 화두다. 자원빈국이라는 한계를 원단조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영세 봉제공장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지자체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 환경 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 시범사업 단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쓰레기 취급을 받던 원단조각이 재활용되는 전기를 마련한 것도 괄목할 성과다.

관건은 원단조각 재활용의 시행이다. 현장에서 얼마만큼 실천하느냐에 따라 자원순환이 결정된다. 특히 면화ㆍ화섬ㆍ털의 분리 배출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봉제공장에서 완벽하게 분리가 이뤄지면 재활용 물품 수거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법적 공백상태 시급히 해소해야

 
서울시는 봉제공장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인섭 서울시청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봉제업체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자원순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의미 있는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시범사업 2월 한달 동안 원단조각 재활용률이 0%에서 24%로 껑충 뛰어올랐다. 원단조각 재활용의 현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다. 첫째는 원단조각을 수거하는 무허가업체를 어떻게 단속하느냐다. 현재 서울과 경기권의 무허가업체는 400여개에 달한다. 이들은 재활용할 수 있는 원단조각을 제외한 나머지를 불법으로 매립하거나 소각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 공해는 물론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

행정난맥도 문제다. 원단조각 재활용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려면 정부부처의 긴밀한 협조와 공조가 있어야 한다. 현재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요청한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지침은 재활용 가능 자원에 섬유류(옷)만 지정하고 있다. 원단조각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한편에선 재활용 지침을 실정에 맞게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활용 지침은 1997년도 만들어졌다. 재활용 기술 발전과 환경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 지침은 원단조각을 가내 공업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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