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에겐 두가지 핵심 경영 사안이 있다. 우선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3사의 ‘재무적 선순환 체제 구축’이다. 나머지 하나는 두산가家의 마지막 3세 경영인으로서 ‘가족경영’의 리스크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4월 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관련 행사는 없었다. 그룹 내부에선 그래도 1주년인데 그동안의 성과를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여느 때와 같이 조용히 지나갔다.

사실 박용만 회장은 대외적인 행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부직원과 조촐하게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는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거나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회사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이 젊은 인재 확보를 위해 매년 두산 채용 설명회에 직접 나가 그룹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매번 말하는 요지는 이렇다. “현재 두산이 최고는 아니지만 앞으로 최고가 될 것이다. 앞으로 미래를 함께할 인재를 찾는다.” 총 자산 29조원의 재계 10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치고는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이다.

핵심 3사의 재무적 선순환 어려워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신세대 오너로 꼽힌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과 기본적인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회사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다른 오너들과의 차이점이다.
취임 1주년을 조용히 지나간 첫째 이유가 박용만 회장의 경영 철학이라면 둘째 이유는 두산의 현재 경영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썩 좋지 않다. 두산은 중공업•기계•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이 핵심 계열사다. 3사의 2012년 매출(19조원)을 보면 그룹 총 매출 26조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그룹 내 중간 지배회사로 두산인프라코어(지분 44.77%), 두산건설(지분 72.74%)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다.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두 개 회사의 재무적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악화로 2012년 영업손실 400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2011년에 비해 약 50% 줄어든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2012년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 개별 회사로만 본다면 그렇게 나쁜 실적은 아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의 유동성을 끌어안고 있다. 특히 두산건설의 재무적 리스크가 크다. 두산중공업은 2012년 두산건설의 대규모 대손충당금으로 인해 순이익이 147억원에 그쳤다. 올해 2월에는 1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공급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의 재무적 리스크를 계속해서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사가 재무적 관점에서 선순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건설은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중국 건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탓에 생각보다 어렵고, 2007년 인수한 밥캣(현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도 예상만큼 실적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리는 박 회장이 2012년 4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M&A에 손을 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재무적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어서다. 실제로 박 회장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내실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면 언제든 인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가家의 마지막 3세 경영인이다. 그는 친형인 박용현 전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산은 1896년 이후부터 이른바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창업주 박승직, 2세 박두병 초대회장에 이어 3세 박용곤 회장→故 박용오 회장→박용성 회장→박용현 회장이 잇따라 그룹을 맡았다. 두산가 3세 중에는 박용만 회장이 마지막이다. 동생 박용욱 씨가 있지만 이생그룹 회장으로 두산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3년간 회장직을 맡은 박용현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장 출신으로 경영인보다는 의사, 교수로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현재 그는 장학사업과 예술•문화 활동을 펼치는 두산의 연강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M&A를 통해 두산을 소비재에서 중공업•기계•건설 중심의 그룹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특히 박 회장은 박진원•박석원•박태원•박형원•박인원 씨 등 두산가 4세 대부분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4세들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두산건설 등 핵심 계열사에서 부문장을 맡고 있다. 두산의 가족경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반대로 가족경영 리스크도 존재한다. 박용만 회장과 큰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두 아들(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과의 갈등설이 간간이 흘러나온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4세 맏형으로 박용만 회장 이후 그룹 경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지주부문 회장도 맡고 있다. 3세에서 4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3세 경영인, 4세 시대는 언제…

▲ 그룹 내 중간 지배회사인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의 재무적 리스크를 계속해서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2005년 두산은 그룹 회장이 고故 박용오 회장에서 박용성 회장으로 바뀌면서 형제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후 박용현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약 4년 동안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했다. 아버지 세대(3세)에서 아들(4세)로 넘어갈 때 확실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용만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지분 4.17%를 보유하고 있고, 박정원 회장은 6.41%, 박지원 부회장은 4.27%를 가지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박용현 회장처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그룹 회장직을 맡을지, 아니면 박용곤 명예회장과 박용오 회장처럼 10년 이상 그룹을 이끌지는 현 시점에선 알 수 없다. 두산은 올해 창업 117주년을 맞는 국내 최장수 그룹이다. 두산 오너들은 ‘과거 100년을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 역할은 현재 두산가 마지막 3세 경영인 박용만 회장에게 달려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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