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on of Photographs

패션은 시대를 반영한다. 과거 패션 트렌드를 읽으면 그 시대의 문화가 보이게 마련이다. 오래된 패션매체들이 여태껏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션 매체 중에는 사진집도 있다. 부연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패션잡지와 달리 사진집은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십년 전 출간됐음에도 충분히 대중적이고 가치가 있는 사진집도 많다.

흑인패션 기록한 ‘백인더데이즈’

▲ 1960년대 출간된 사진집 테이크아이비는 미국 명문대 학생들의 일상과 패션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미국 뉴욕의 길거리 흑인 패션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집 ‘백인더데이즈(Back in the Days)’를 보면 1970년대 뉴욕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당시는 미국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흑인의 권익이 함께 신장되던 때다. 흑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이때 백인더데이즈의 흑인작가 자멜 샤배즈는 활기가 넘치는 뉴욕 길거리를 무대로 인종차별의 굴레를 깨고 있는 흑인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집에서 흑인들은 아디다스 로고가 박힌 원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푸마의 스웨이드 운동화를 신고 있다. 여기에 카잘 선글라스(사각의 굵은 프레임이 얼굴 3분의 1 가까이를 덮는 안경)를 착용하고 캉골의 베레모나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다. 포즈도 똑같다. 어깨를 올리고 팔짱을 끼고 있다. 사진집의 흑인들은 비슷한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지만 느낌이 제각각이다. 이는 올드스쿨 패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일상 모습을 담은 테이크 아이비 사진집.
자멜 샤베즈는 백인더데이즈와 함께 ‘어 타임 비포 크랙(A Time Before Crack)’ ‘세컨즈 오브 마이 라이프(Seconds of My Life)’까지 3부에 걸친 사진집을 통해 뉴욕 길거리 패션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흑인 패션을 담은 사진집만 있는 건 아니다. 196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사진집도 있다. ‘테이크 아이비(Take Ivy)’라는 사진집인데, 뉴욕의 길거리 패션을 다룬 백인더데이즈와는 대조적이다. 아이비리그는 코넬·하버드·프린스턴·펜실베이니아·예일대 등 미국 동부지역에 위치한 명문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사진집에서 보이는 아이비룩의 역사

 
테이크 아이비는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도서관이나 잔디밭에서 공부하는 모습, 자전거를 타고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 보트하우스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등 의도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집 테이크 아이비를 만든 주인공이 일본 패션계를 이끄는 4인방이었다는 것이다. 이방인이 바라보는 아이비리그의 패션문화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쏠린다. 엘리트 이미지의 근원을 찾고 싶다면 이 사진집에 담긴 학생들의 옷차림을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이 사진집에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촌스럽지 않고 클래식한 아이비룩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기본 아이템에 집중하는 패션 정통파에게 이 책의 초판은 희귀도서로 불린다. 테이크 아이비가 클래식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진집은 2006년 일본에서 복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도 출판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1년 한국어판으로도 소개됐다.
이정윤 패션·음악전문기자 enjoyja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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