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돈풀기’명암

▲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발표로 일본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돈풀기’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고, 엔·달러 환율은 100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돈풀기’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양적 완화 정책만으론 일본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난해 12월 26일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은행(BOJ)을 통한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BOJ에 물가상승 목표치 설정 의무를 지우는 내용의 법률 개정도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양적완화를 통해 ‘잃어버린 20년’을 끝내겠다는 아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아베노믹스’의 신봉자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BOJ 신임 총재로 발탁해 더욱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4월 4일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통해 다양한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아베 정부가 발표한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양적·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BOJ는 시중통화 공급량의 규모를 지난해 말 138조엔에서 27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국채 매입량은 매년 50조엔씩 늘려 내년 말까지 현재의 2배 이상인 190조엔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만기를 1∼3년으로 제한한 국채 매입 대상을 40년물까지 확대하고 평균 보유 만기는 현재의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J-REIT) 보유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장기국채 보유액을 화폐 발행 총액 이내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일본은행권 규칙’ 적용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는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BOJ 정책발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닛케이225지수는 4월 3일 1만2362.20에서 10일 1만3288.13까지 올라 2009년 9월 이후 처음 1만3000선을 넘어섰다. 엔·달러 환율은 4월 3일 93엔에서 10일 99엔까지(엔화가치 하락) 치솟아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저에 따른 증시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데, 이런 엔화 약세는 수출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내수부양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적완화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도한 완화정책은 재정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은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금리를 누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2% 조기 달성 목표를 감안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서서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조치에도 일본경제가 회복에 실패할 경우 재정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본 국채에 대한 신용도만 악화돼 재정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일본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동시장의 틀을 바꿔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활성화돼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동성 확대 전략만으론 경기부양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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