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외수주 700억불 시대‘명암’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시장’을 돌파구로 삼았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은 700억 달러. 올 1분기 해외수주액을 감안할 때 달성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국내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기자재 국산화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 국내 경기불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해외수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에서 활로를 뚫어야 한다. 위기에 직면한 경영자의 덕목이다. 최근 국내 건설업은 유례없는 불경기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건설사 42곳 중 1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돌입한 업체는 21곳에 이른다. 건설경기 침체 탓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돌파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다. 최근 들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1년 591억 달러(약 66조원), 2012년 641억 달러(약 73조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700억 달러(약 79조원)로 잡았다.

해외에서 돌파구 찾는 건설사들

한편에선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국내 건설업계의 올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이 125억5000만 달러에 불과해서다. 이를 4분기 누적으로 잠정 집계하면 목표치보다 200억 달러 적은 500억 달러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1분기를 기준으로 4분기 누적 수주액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는 상반기엔 주로 소규모 계약을 하지만 하반기엔 대형계약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에도 하반기에 굵직한 계약이 많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올 2분기 더 많은 해외수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국내 대표 건설사는 4월 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모로코•싱가포르 등지에서 대형 계약을 따냈다. 특히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민자발전프로젝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는 등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다.

 
1분기 실적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지난 3월말 60억 달러 규모의 호주 로이힐광산 공사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정식 계약은 4월 30일 체결할 예정이지만 로이힐 측으로부터 착공지시서를 받았기 때문에 공사에 들어갔다”며 “로이힐광산 수주실적은 2분기에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수년 안에 해외수주액이 국내수주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건설수주액이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101조5000억원으로 2011년(110조7000억원)보다 8.3% 줄어들었다. 올해 국내 건설수주액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반면 해외건설 수주전망은 긍정적이다. 국토교통부는 4월 4일 부처업무보고에서 “2017년까지 연간 해외건설 1000억 달러 수주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 발표했다.

문제는 해외수주액이 늘어난다고 수익성까지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건설엔지니어링 분야가 취약한 탓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엔지니어링은 원천기술•기본설계•상세설계 등으로 분류된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필수적인 분야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엔지니어링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엔지니어링 산업가치성장률은 2011년 4.7%에서 올해 5.6%로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력은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계획•설계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욱 성균관대(건축공학) 교수는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 아니다”며 “I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도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기자재 의존도가 높은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공사를 할 때 해외기자재가 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에 달한다. 해외기자재 비중이 높으면 외화가득률이 떨어진다. 외화가득률은 상품수출가액에서 수입원자재 가액을 뺀 것이다. 가령 1000억원 규모 공사에 대한 외화가득률이 70%라면 한국 몫은 700억원, 외국 몫은 300억원이라는 얘기다. 당연히 외화가득률이 높을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선진국 건설업체의 외화가득률은 40~4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는 30% 이하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 관계자는 “선진국은 기본설계부터 자국의 기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화가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국산화율이 떨어지는 우리와 대조적이다”고 설명했다.

기자재 국산화율 떨어져 수익성 악화

중동과 아시아에 해외공사 물량이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2008년 80%대였던 중동•아시아의 해외건설

▲ 건설업계는 수년 안에 해외수주액이 국내수주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수주비중은 2009년 90%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선 편중도가 더욱 심해졌다. 해외건설종합정보에 따르면 올 1분기 중동•아시아에서 수주한 해외건설 비중은 95.4%에 이른다. 올 1분기에 계약한 해외공사수주액 1•2위 역시 ‘베트남 NSRP 정유 프로젝트(21억 달러, GS건설•SK건설)’와 ‘아랍에미리트 유전개발공사 패키지4 프로젝트(19억 달러•현대건설)’였다.

특정 지역에 공사가 몰리면 구조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간 출혈경쟁이 벌어져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는 어둡다. 정부와 건설업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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