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도 주거문화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중대형 주택수요는 감소하고 소형 주택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주거 다운사이징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한·미·일 3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초미니 주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3국을 비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일본에서는 자투리땅을 활용한 초소형 주택이 인기다. 1990년대 이후 1~2인 가구에 특화한 주택시장이 형성된 일본은 다양한 테마가 있는 초소형주택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콘셉트맨션’이다. 도심 내 자투리 토지를 활용해 입주자 특성에 맞게 소형으로 건축한 것이다. 대개 8가구 정도로 구성된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독신가구들이 입주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뮤지션 맨션이나 바이커즈(오토바이 애호가) 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주택은 대기명단이 있을 정도로 공실률이 낮다.

셰어형 주택도 인기다. 이는 주거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공동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부엌•욕실•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민간주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일반적으로 한달 이상으로 계약하지만 숙박용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기도 한다. 위클리(weekly) 맨션 혹은 먼슬리(monthly) 맨션도 있다. 말 그대로 일주일 또는 한달간 이용하는 주택이다.

1~2인 가구를 위한 30~60㎡ 규모의 콤팩트 맨션도 늘어나고 있다. 원룸보다 크고 일반 아파트보다 작으며 50~60가구가 한동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 싱글, 시니어 커플, 딩크족이 주요 거주자다. 최근에는 패밀리 타입도 도입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에도 소형주택 건축붐이 일고 있다. 탁구대 5~7개를 붙여놓은 크기의 좁은 공간에 화장실•주방•거실이 모두 들어가는 초소형 아파트까지 인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최근 아파트 건축 시 가구당 최소 면적 기준을 27㎡(약 8평)에서 20㎡(약 6평)로 완화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다. 20㎡짜리 아파트의 옷장•주방•화장실을 뺀 실제 생활공간은 14㎡(약 4평) 정도인 셈이다.

뉴욕시도 기존 37㎡(약 10.5평)이던 최소 면적 기준을 26~28㎡(약 7~8평)까지 낮추고, 이 기준을 적용한 ‘마이크로 주거 공간(units)’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했다. 뉴욕시는 이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을 기준으로 2014년까지 원룸형 아파트 16만5000가구를 건설해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초소형 아파트 붐은 ‘나 홀로 가구’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뉴욕시는 전체의 60%인 180만 가구가 1~2인 가구지만, 이들이 원하는 원룸형 아파트는 100만개 안팎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주거비와 사무실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초미니’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것이 원룸텔이다. 원룸텔은 보통 6.6~9.9㎡(약 2~3평) 크기다. 일반 원룸보다 작고 고시원보다는 크다. 샤워실•화장실•TV•냉장고•침대•옷장 등이 갖춰져 있어 혼자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세탁실이나 취사공간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규모에 따라 식당이나 운동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여기에 사무공간 기능을 겸한 ‘종량제사무실’도 불황에 1인 기업 증가 등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강남 테헤란로와 여의도•마포•종로 등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책상 등 사무집기가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비 걱정도 없어 1인 회사, 벤처기업,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체가 선호한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도 주거문화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중대형 주택수요는 감소하고 소형 주택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주거 다운사이징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월세가 주축인 임대시장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고, 다양한 테마를 제안하는 소형주택이 붐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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