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해외언론에 비친 애플 위기

운이 다했다. 애플을 향한 해외언론의 최근 반응이다. 골드먼삭스와 중국에서 외면받은 애플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경고 시그널이다. 애플의 위기탈출방법은 두가지다. 애플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혁신을 보여주거나 시장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따라가는 거다.

▲ 애플을 바라보는 해외언론의 부정적인 시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애플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가을 의욕적으로 출시한 아이폰5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해외 언론의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포춘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3700만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애플 보다 두배가량 많은 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게다가 아이폰 단말기 평균 추정 판매가는 601달러(약 68만5000원)로 지난해 4분기 651달러보다 떨어졌다. 아이폰5 출시 이후 가격이 떨어진 아이폰4·아이폰4s 등 구형모델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올여름 빠르면 6월 늦으면 8월, 아이폰5s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아이폰5 출시 이후 1년여 만이다. 하지만 아이폰5s는 기존 아이폰5 모델과 별다른 게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는 아이폰5s가 아이폰5와 동일한 화면 사이즈(4인치)에 모양까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모델 출시 게을러진 애플

문제는 느긋한 애플과 달리 경쟁사의 발걸음은 빠르다는 점이다.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는 몇 차례 연기 끝에 올 2월 4.7인치 풀HD 화면에 1.7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안드로이드 폰 ‘원’을 선보여 판매에 돌입했다. 삼성은 올 3월 14일 미국에서 갤럭시S4를 선보였다. 갤럭시S4는 화면 크기를 5인치로 늘리고 배터리 용량도 늘렸다. 대신 두께는 7.9㎜ 무게는 130g으로 갤럭시 S3보다 얇고 가벼워졌다. 애플의 팬 사이트 맥 루머스는 “애플이 아이폰5s를 출시하기 전 HTC가 신개념 스마트폰을 내놓고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미뤄오던 갤럭시S4를 선보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외신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교하면서 애플이 ‘혁신성’을 되찾지 못하면 예전의 영광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CBS는 “애플은 경쟁사 삼성전자와 달리 다양한 사이즈와 가격의 휴대전화를 융통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4는 아이폰5의 화면보다 무려 56% 크다”고 보도했다.
MSN 머니는 올 4월 9일(현지 시간) “애플의 주가가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40%가량 떨어졌다”며 “이런 부진은 애플의 아이디어가 고갈됐거나 삼성전자에 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운영체제(OS)에도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올 2월 내놓은 iOS 6.1.1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잠금장치 화면을 거치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안문제를 지적 받았다. 애플은 곧바로 iOS 6.1.3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으면서 보안문제를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이 버전을 사용한 아이폰 사용자들은 배터리가 빨리 소비되고, 무선인터넷(wifi)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IT 기술 전문 매체는 “iOS6.1.3의 문제를 경고하기 위해 각종 웹포럼에 참여하는 아이폰 사용자가 늘고 있다”며 “아이폰5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위기가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지휘 아래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하지만 팀 쿡 체제로 넘어가면서 애플은 이렇다 할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3월 25일(현지 시간) 포브스는 ‘팀 쿡이 애플에 적합한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팀 쿡 좀 더 저렴한 아이폰, 좀 더 큰 아이폰을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포브스는 “잡스 시절에 탄생한 맥북 에어(랩탑)·아이맥(올인원컴퓨터)·아이팟(MP3 플레이어)·스마트폰·태블릿PC 등 분야에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팀 쿡이 지휘하는 애플에서 이런 변화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팀 쿡은 최근 저가 스마트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고가정책으로 일관해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스테판 리차드 프랑스텔레콤 CEO는 미국 시넷과의 인터뷰에서 “소수의 얼리어답터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위기로 유럽인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고가의 아이폰은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얘기다.

하지만 팀 쿡은 올 2월에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애플은 스스로 대단하다고 판단한 제품만을 만들 것”이라며 저가폰 생산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팀 쿡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올 3월 중국 언론은 “애플이 불량제품을 제대로 바꿔주지 않고 품질보증기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짧다”며 “애플이 중국에 차별적인 보증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이 고장났을 때 부품교체 서비스만 제공한다. 제품품질보증 기간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1년 짧다.

애플 중국에서 뻣뻣하게 굴다 된서리

하지만 팀 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사태만 키웠다. 중국 내 비판 여론이 극에 달했을 때 비로소 그는 무릎을 꿇었다. 팀 쿡은 올 4월 1일 애플의 중국 홈페이지에 ‘중국 소비자에게 보내는 서한’이란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우리의 소통 부족이 소비자에게 ‘애플이 오만하다’거나 ‘소비자의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우리가 일으킨 혼란과 오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아울러 아이폰4·아이폰4S를 새것으로 교환해 주고 보증기간을 교환시기부터 재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늦장 대처는 팀 쿡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과가 너무 늦었다” “과도한 사과였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팀 쿡의 소통능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를 두고 이색적인 결과까지 등장했다. 팀 쿡이 입을 열면 애플 주가가 내려간다’ 는 분석이 나와서다. 허핑턴포스트는 올 3월 2일(현지 시간) 최근 팀 쿡의 공식발언과 주가 하락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도했다. 공식 발언을 즐기는 팀 쿡이 애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애플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이후 총 6회의 공식 석상에서 팀 쿡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 애플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애플의 텃밭인 미국 언론들조차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에 높은 점수를 주며 애플에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한때 애플은 ‘앞서 가는’ ‘혁신적인’ 이미지로 연상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더 이상 사람들은 애플이 남다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애플의 운이 다했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애플의 살길은 애플만의 색을 담은 ‘혁신성’을 보여주거나 소비자의 니즈에 편승하는 거다. 애플의 승리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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