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애플 위기에서 배울 점

혁신의 대명사 애플이 흔들린다. 혹자는 아이폰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진짜 문제는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를 세우는 데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이 애플의 리더십 위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애플의 문제는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데 안일했던 것이다.
애플의 앞날이 안갯속이다. 2013년도 1분기에서 역대 최고 매출과 판매량을 기록했는데도 주가는 뚝뚝 떨어진다. 애플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일까. 아니다. 애플의 혁신을 끌어낼 인물, 리더십이 부재해서다. 한편에선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취했다가 뒤늦게 허둥댄 애플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십 부재에 따른 애플의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잡스를 능가하는 혁신이 아니라면 애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로선 애플을 지지한 소비자가 머리를 끄덕일 만한 혁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 스타일의 팀 쿡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술 마인드를 지닌 애플의 리더가 과연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애플이 잡스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데 안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 주주들이 CEO 승계계획을 요구했을 때 경영진은 거부했다. 2009년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도 크게 고심하지 않았다. 그러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경영진은 급하게 팀 쿡을 애플 CEO로 선정했다. 고령의 CEO가 타계한 후 급하게 후계자를 결정하는 한국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CEO 승계에 취약한 한국 중소기업이 애플의 승계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영위기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국내기업 CEO의 나이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세대 경영자가 고령화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 평균 연령이 1993년 48.2세에서 2007년 51.5세로 상승했다. 60세 이상 비율도 같은 기간 10.6%에서 17.0%로 상승했다.

 
여기서 한국기업이 CEO 승계계획을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다. CEO 승계자의 조기선발이다. 한국기업은 승진이 적체된 탓에 빨라야 40대 후반에 임원이 될 수 있다. CEO는 50대 중반쯤에나 오른다. 그런데 일찌감치 인물을 확보하면 내부적으로 육성이 가능하다. 조기육성만이 아니다. 직무순환을 통해 CEO 후보군의 경영능력을 키워야 한다. 경영능력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때 후보군에게 직무권한과 재량권이 정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CEO 승계자가 핵심사업을 주도했으면 다음엔 침체사업을 회생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후엔 각종 지원업무 등을 순차적으로 맡게 한다. CEO의 역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리더십이 탄탄해지려면 프로그램만 좋아선 안 된다. 물심양면으로 도울 전담조직도 있어야 한다. 전담팀이 조직되면 우수 인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회사의 경영이념과 가치를 계승할 후계자를 사전에 선정해 ‘선택과 집중’으로 육성하라는 얘기다. 애플의 리더십 위기에서 배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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