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해수부 장관 임명 논란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해수부 장관을 내정하면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윤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신뢰를 잃었다. 신통치 않은 자질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가 “모래 속 진주가 아니라 그냥 모래”였다며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 4월 18일 임명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올 4월 초 인사청문회 이후 '몰라요 진숙' '까먹 진숙' '백지 진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업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 “GDP 성장률이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윤진숙 장관·이하 현재 직함)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비전이 뭡니까?”(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해양~ 크크크”(윤 장관). 최근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는 윤진숙(58)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의 인사 청문회 동영상에 나오는 대화 내용이다.

올 4월 2일 열린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한숨과 호통이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윤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항만이 몇 개 권역인지 아냐”고 질문했고 윤 장관은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여야 반발에도 장관 임명 강행

그러자 홍문표 의원은 “전부 모르다고 할 거면 뭐 하러 여기에 나왔냐”며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갈 자리가 아닌데 후보자의 답변 태도가 매우 불량하다”고 호통을 쳤다. 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해양 온난화와 전 정권의 해양 정책, 수산업 현황, 항만 정책 등의 현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장관이 되면 공부하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윤 장관의 청문회 후 여야를 막론하고 그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4월 4일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래밭에서 찾은 진주’라고 칭송했던 윤 장관은 그냥 모래였다”며 “청문회를 보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양수산부는 부산시민을 비롯해 군산·인천시민 등 많은 사람의 기대와 해양강국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는 부처”라며 “어렵게 재탄생한 해수부는 무철학·무비전·무능력한 인사가 공부나 하고 있을 그런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장관의 인사청문회는 황당한 코미디 그 자체였다”며 “박 대통령 주변에 인물이 그렇게 없나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8일 윤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이 청문회에서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며 “실력으로 말하면 연구한 게 많고 과거 해수부 폐지 토론 때도 폐지 반대 발표를 했고 실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장관을 발탁한 것은 그 분야에서 여성을 발탁해 키워보려는 생각이었다”면서 “쌓은 실력이 있고 하니 (야당이) 지켜보고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계속된 ‘줄낙마’ 사태를 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4월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다.
윤 장관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내각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윤진숙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정부 출범 52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무리지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여성인재 등용’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장관을 교체했다면 박 대통령의 초대 내각의 여성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밖에 남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윤 장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으로선 ‘여성인재 등용’을 내세울 만한 명분을 잃어버린다.

문제는 윤 장관의 임명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두고두고 (윤 장관이라는) 화근거리를 안고 가는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힌데 이어 올 4월 19일 의원총회에서도 “청와대와 정치권의 소통과 화해의 봄바람이 불었지만 박 대통령은 결국 어제 윤 장관을 임명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본색이 나온 것”이라는 성토까지 서슴지 않았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4월 17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만찬 등 그동안 소통에 대한 노력을 다시 불통으로 유턴시켰다”며 “앞으로 해수부 등 해당 부처는 물론 정국 전반에 경색이 온다면 그 책임은 청와대와 대통령이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국회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며 “유아독존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인사참사의 화룡점정’이라는 것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윤 장관의 임명을 드러내놓고 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 윤 장관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아서다. 한 설문조사에서 새누리당 의원 중 47.2%는 “윤 장관의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임명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주요현안은 물론 기초적 업무관련 사안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한 후보자에게 해수부 부활과 해양수산 강국을 꿈꾸며 기다려 온 300만 해양수산인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 장관 고향에서도 비판 나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 장관에 대한 당의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며 “당이 나서서 윤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말할 수 없으니 윤 장관 본인이 판단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의 윤 장관 임명을 ‘불통인사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철학·비전·능력 등 여러 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윤 장관을 임명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저런 사람을 장관 시키려고 해수부를 다시 설립했나”며 “여성 장관 구색 맞추기에 해수부가 동원됐고, 박 대통령에게 해수부는 그것밖에 안 되는 존재”라고 날을 세웠다.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도 “우리도 부산 출신이라 밀어주고 싶지만 문제는 해수부 아니냐”며 “가뜩이나 신설부서고 부처 힘이 약할 텐데 앞으로 주요 사업이나 예산 경쟁에서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우리 동네 아줌마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장관이 저렇게 몰라도 되나”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백리서치가 4월 9~10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장관의 임명 반대 의견이 64.7%에 달했다.
 
특히 윤 장관의 고향인 부산·경남·울산의 여론은 더 나빴다. 이 지역 응답자의 68.8%가 “윤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진숙 파동’은 박 대통령의 해수부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수부에 특별히 애정을 가진 게 아니라 공약 이행 차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거다. 실제로 해수부 부활이 논의될 때 조선 관련 부서 신설이 무산되자 해양수산업계 안팎에선 ‘빈껍데기 해수부’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미선 기자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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