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루밍족이 바꿔놓은 유통 트렌드

제품구경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쇼루밍족.’ 이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매장에 방문해도 구매로 이어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쇼루밍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왜일까.

▲ 쇼루밍을 환영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의 최고 전자제품 판매회사 베스트바이는 최근 몇 년 새 쇼루밍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쇼루밍족은 제품구경은 매장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아마존 주가가 치솟는 동안 베스트바이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쇼루밍족 때문이었다. 대응방안을 골몰하던 베스트바이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을 쓰기로 했다. 쇼루밍족을 잠재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의 숍인숍 매장 1400여개를 입점시키겠다는 플랜을 발표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숍인숍 매장을 통해 쇼루밍족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밝혔다. 쇼루밍족이 유통업계의 전략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럴 만도 하다. 쇼루밍족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쇼루밍족은 23%에 달한다. 고객 4명 중 1명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찍은 물건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이 쇼루밍족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스트바이처럼 말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센트럴플라자에 ‘갤럭시 스튜디오’라는 체험공간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체첨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다. 행사직원에게 판매가격을 알려달라고 하면 되레 “이곳은 체험만 가능한 곳”이라며 “유통채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쇼루밍족의, 쇼루밍족을 위한, 쇼루밍족에 의한 체험공간이다.

한국네슬레가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에 선보인 ‘네스프레소 플래그십 매장’도 비슷한 사례다. 애초 ‘체험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 매장은 소비자 사이에서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커피를 시음하는 장소’라고 알려져 있다.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는 이유도 쇼루밍족에 있다.

GS샵은 “올 1~3월 패션·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비 30% 증가했다”며 “패션·의류 아이템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훨씬 싸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알뜰한 소비성향을 가진 쇼루밍족의 구매가 늘어난 게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온라인 판매망 강화하는 유통업체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하자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쇼루밍족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엘롯데(롯데백화점 온라인 쇼핑몰)를 통해 1200만원이 넘는 고가 모터바이크나 100만원에 달하는 럭셔리 스파 이용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알뜰살뜰한 소비성향을 갖고 있던 쇼루밍족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경운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쇼핑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데다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쇼루밍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굳이 구분해 아이템을 차별화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모두 강화해야 소비자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쇼루밍족이 바꿔놓은 유통 트렌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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