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구ㆍ유재상 클래스팅 대표

▲ 클래스팅은 국내 최초로 교육용 SNS를 만들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구 대표·유재상 대표.
여기 구글이 점찍은 벤처기업이 있다. 교육용 SNS 플랫폼 업체 ‘클래스팅’이다. 낯선 사명社名이지만 초중고 학생 사이에선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클래스팅이 만든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클래스팅’은 출시 1년 만에 앱스토어에서 뽀로로와 쥬니버를 따돌렸다. 머지않아 교육판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나올지 모르겠다.

올2월. 조현구(28) 클래스팅 대표는 재직하던 초등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30여명의 학생과 동료교사가 그를 배웅했다. 교단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4년간의 교직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대신 50장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가슴에 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댔다.

그 무렵, 다른 청년이 회사를 나왔다. 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이었던 유재상(28) 클래스팅 대표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그는 카이스트(KAIST)에서 증강현실을 공부한 수재다. 꼼꼼한 데다 추진력까지 갖춰 유능한 연구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내자 주변사람들은 “왜 사서 고생하려고 하느냐”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고 핀잔을 줬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 혹독한 불황이다. 회사에 붙어 있어도 모자랄 판에 두 사람은 앞날이 보장된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찼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들이 개발한 ‘클래스팅(Classting)’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회사 이름도 클래스팅이라고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클래스팅은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서비스다.

클래스팅의 탄생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현구 대표가 서울교대 대학원(컴퓨터교육학)에서 석사논문 주제를 놓고 고민할 때였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당시 교내 홈페이지에 개설된 학급마당을 알림장으로 활용했다. 조 대표의 학교도 그랬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없는 탓에 게시판은 학기 초에만 북적이다 시들기 일쑤였다. 조 대표는 학생•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올렸다. 때마침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카카오톡 등이 SNS 열풍을 타고 새로운 ‘소통시대’를 열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유레카를 외쳤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조 대표는 ‘교육용 SNS’를 연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논문계획서를 제출한 다음날 지도교수가 조 대표를 불렀다. “연구만 하기엔 아까운데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는 건 어떤가.” 상용화 가능성이 있으니 만들어보라는 얘기였다. 솔깃했다.

조 대표는 컴퓨터를 전공한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열에 아홉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는 있어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때 조 대표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 유재상 대표였다. 유 대표는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소통이 단절된 학교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내가 프로그램 개발을 돕겠다.” 연구소에서 IT와 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유 대표의 합류는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학창 시절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었다. 컴퓨터였다. 조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컴퓨터를 접한 후 매력에 흠뻑 빠졌다. 어머니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싶으니 과외교사를 붙여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할 정도였다. 10살 때부터 컴퓨터학원을 다닌 유 대표는 프로그램 개발에 일찍 눈을 떴다.

이런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닥쳤다.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참고할 자료가 없어서였다. 고육책으로 국내외 모든 SNS의 특징과 구조를 일일이 분석했다. 유 대표가 조 대표에게 제안했다. “누구나 다양한 클래스(교실)를 개설할 수 있도록 만들자.” 그런 의미에서 클래스는 학급공간이자 공부방이었고 대화방이었다.

고등학교 동창, 일내다

▲ 교육현장에 소통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클래스팅의 히로인 4인방. 왼쪽부터 조재현 모바일팀장·조현구 대표·유재상 대표·김재현 디자인팀장.
개념은 참신했지만 프로그램 개발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개발에 착수한 지 1년이 흘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느라 개발속도가 떨어진 게 이유였다. 인력을 보강해야 했다. 유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대학후배 2명을 호출했다. 웹 디자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잘하는 실력자였다. 유 대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생•교사•학부모를 연결해줄 교육용 SNS를 개발하고 있다. 나중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앞으로 1년간 연구해야 하는데 월급은 못 준다. 도와줄 수 있겠는가.” 며칠 후 후배들에게 답변이 왔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습니다. 보상은 10년 후에 받을 테니 걱정마십시오.”

브레인은 이제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후배 2명은 연일 강행군을 이어갔다. 직장을 다니던 두 대표 역시 밤샘작업을 마다치 않았다. 지난해 3월, 뼈를 깎는 노력은 알찬 열매를 맺었다. 교육용 SNS의 홈페이지가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일이 있었다. 이름이었다. 네명이 머리를 맞댔지만 기발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조 대표가 의미심장한 꿈을 꿨다. 할아버지가 나타나 “반팅하자”며 말을 걸어온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조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반끼리 만난다? 재밌는데….” 꿈 내용을 들은 유 대표는 기가 막히게 ‘해몽’을 했다. 반팅을 클래스팅으로 바꾼 것이다. 국내 최초 교육용 SNS ‘클래스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조 대표와 유 대표는 클래스팅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했다. 클래스팅이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졌다. 오픈 한달 만에 1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사가 가입했다. 1000개의 클래스에서 소통이 이뤄졌다. 1년 후 회원이 17만명으로 늘었다. 현재 가입자는 20만명, 개설된 클래스는 3만개에 달한다.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클래스팅은 올 초 앱스토어 교육부문에서 뽀로로와 쥬니버를 따돌리고 5위를 기록했다.
교육현장에서 돌풍이 불자 교육부에서 연락이 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육장관회의에서 클래스팅을 활용해 수업시연을 해보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두 사람은 쾌재를 불렀다. 클래스팅의 해외시장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산업계의 호평도 이어졌다. 클래스팅은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 글로벌K 스타트업’ 우수상을 수상했고, SK텔레콤이 주최한 스마트교육 앱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글로벌 IT기업 구글은 “해외진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클래스팅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글로벌 교육용 플랫폼으로 키울 것”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도 얻었다. 클래스팅의 하루 평균 접속시간은 12분이다. 학교 홈페이지 1일 평균 접속시간이 1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길다. 학교폭력 예방효과도 확인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클래스팅 비밀상담을 통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을 위기에서 구했다.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클래스팅이 일군 아름다운 결실이다. 물론 클래스팅이 완전무결한 앱은 아니다. 두 대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서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새 학기를 맞으면 트래픽이 가파르게 증가해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조 대표는 “교육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출시 1년을 맞은 클래스팅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다. 국내에선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언뜻 원대한 포부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두 대표는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클래스팅이 교육현장에 아날로그적 감정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둘에게 교육현장은 살벌한 경쟁의 ‘장場’이 아니라 따뜻한 소통 공간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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