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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중·특목고·자율형사립고 등 고소득층 자녀가 사회자배려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국제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을 별도로 뽑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입학조건에 충족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경쟁률이 일반전형보다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사배자 전형의 ‘구멍’이 됐다.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자녀가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다.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에 대한 감사가 실시됐다. 언론과 서울시의회에서 제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서울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게 사실로 드러나서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국회의원의 아들은 지난해 사배자 전형 중 다자녀 가구 자격으로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했다. 2009년 설립 이후 국제중과 자사고에 불어 닥친 첫 위기다.

하지만 충분히 예고된 사태였다. 국제중의 설립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6년 추진했다가 교육부와 반대여론에 부딪혀 좌초됐던 정책이다. 국제중이 다시 대두된 것은 2008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을 재추진했다. 거센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정부를 등에 업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국제중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설립됐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제중은 경쟁과 차별을 일삼는 교육정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와 공 전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맞물린 결과다.

시민사회단체와 참여정부의 교육부가 국제중의 설립을 반대한 이유는 명확했다. 대학등록금에 달하는 학비와 영어몰입교육,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실시되는 입시경쟁 때문이다.

현재 국제중에 다니는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연간 1000만원이 넘는다. 청심국제중의 경우 2012학년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500만원에 달했다.

몇년전부터 대학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대학생과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분노했다. 그런데 일개 중학교의 학비가 대학등록금보다 높아진 것이다. 모순이고 비극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물가는 상승하고, 소득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고액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결국 국제중은 고소득층 자녀만 다닐 수 있는 귀족학교다.

이를 만회하려고 고안해낸 방법이 ‘사배자 전형’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국제중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을 별도로 뽑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사배자 전형은 입학조건에 충족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경쟁률이 일반전형보다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사배자 전형의 ‘구멍’이 됐다.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자녀가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다.

국제중뿐만이 아니다. 특목고•자율형사립고도 마찬가지다. 사배자 전형이 적용되는 귀족학교를 조사한 결과, 고소득층 자녀의 비율이 일반전형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부입학·입학장사 등 입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커졌다.

학부모와 학생이 무리를 해서라도 국제중에 입학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대학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결국 대학을 잘 보내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데 필요한 통로라는 얘기다.

영어능력에 따라 미래의 소득이 좌우되는 시대다. 영어몰입교육이 실시된 것은 이 때문이다. 영어를 잘 하면 특목고·자사고에 입학하기 쉽다는 것도 한몫 톡톡히 했다. 학부모와 학생이 국제중에 현혹되는 것은 비참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6년 설립을 처음 추진하던 당시 제기된 물음이다. 당시 일부에서는 ‘국제중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최선의 답은 하나다. 국제중·특목고·자율형사립고 등 고소득층 자녀가 입학해 명문대 입시통로로 활용하는 입시학원 형태의 학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제중과 자사고의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평범한 일반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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