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아베노믹스의 위력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의 메시아’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일본경제에 봄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수출기업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엔저현상이 가속화하면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전기 아베’가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 일본정부가 무차별 돈을 풀면서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12년 11월, 일본 총선을 앞두고 아베 신조 당시 자민당 총재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고 공언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 완화발언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경기부양 의지였다.

자민당은 일본총선에서 승리했다. 아베 자민당 총재는 일본 총리가 됐다. 2013년 4월 현재, 아베 총리는 자신의 공약을 철저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차별 돈풀기 정책으로 ‘엔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달러당 100엔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4월 2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9.47엔을 기록 중이다. 자민당의 집권 전망이 나오기 이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엔화가치는 달러당 80엔대 수준이었다. 조만간 엔화가 100엔을 돌파한다면 다섯달여 만에 무려 25% 가까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엔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이 60%에 육박하는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원고•엔저의 파장과 대책’ 보고서에서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한다면 우리 기업 중 적자기업 비중이 현재(33.6 %)보다 2배 늘어난 68.85%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5엔에서 110엔으로 오르면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국내 주요상장기업 43개사의 총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1%, 2.77% 줄어든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업계별 대응방안이 주목되는 이유다.

 
우선 자동차업계는 현 상황을 ‘위기’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차 관계자는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일본 업체의 공격적인 가격인하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차 측은 특히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각 시장별로 엔저가 미칠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 대응력을 높이면 엔저 충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결제통화 다변화와 환헤지 등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이 된 ‘달러 당 100엔’

불똥은 일부 유통업체에도 튀었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저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10% 이상 일본인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오지 않는 일본인 고객을 잡기 위한 대응책보다는 중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방문객 비중이 지난 1월 기준 중국인 60%, 일본인 35%”라며 “명동 상권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힘든 건 철강이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철강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침투할 경우, 내수와 수출에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아베노믹스가 국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이 100엔 상승 시 철강수출은 전년대비 4.8% 하락, 110엔으로 오를 때는 전년대비 16.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업종 중 가장 많은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당장 일본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라며 “엔저로 소비자산업 부분의 수요가 감소되진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관계자도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 국내 철강재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동남아 수출이 감소할 뿐 아니라 국내 철강업체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저는 철강 외에 우리나라의 기간산업 분야에도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0엔으로 상승하면 석유화학품목 수출은 전년 대비 4.1%하락, 110엔으로 오를 때는 전년 대비 14.0% 하락할 것으로 나타냈다. IT분야는 100엔으로 상승시 3.2%, 110엔으로 상승시 10.8% 수출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계분야 또한 100엔으로 상승시 3.4%, 110엔으로 상승시 11.7%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기기 업계는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인 대응책보다는 중장기 밑그림을 다지는데 주력하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저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하지만 엔저 현상은 우리가 늘 신경써야 할 잠재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LG전자도 일본 업체들이 즉각적인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고 있진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그간 비축해 온 수익금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엔저현상으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개선되고 한국의 경쟁력은 약해졌다. 사진은 수출품 출하를 준비 중인 부산항의 모습
문제는 유동성 확대를 통한 일본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상당히 단단하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2년 내 연간 120조~140조엔을 시장에 풀 방침이다. 상장지수펀드와 부동산투자신탁 잔액이 연간 1조엔과 300억엔씩 증가하도록 마구잡이식 매입에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최근 일본이 정한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 정도다. 향후 보다 적극적인 양적•질적 금융완화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대책만큼 개별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원가절감•품질제고 노력 절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차장은 “단기적으로는 결제 통화 다양화와 환리스크 헤지에,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원가절감, 품질 제고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심화로 국내 산업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국내 통화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외환시장에 대한 미세조정과 시장안정화 대책을 통해 원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 향상, 마케팅 강화, 수출선 다변화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두진 기자•이상택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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