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 2차 불산누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또다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올 1월 불산사고 이후 96일 만에 벌어진 참사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원인으로 사고가 터진 셈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안전불감증’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삼성전자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또다시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올1월 불산액이 누출된 삼성전자 경기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또다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96일만이다. 삼성전자의 ‘안정 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월 2일 오전 11시30분경 경기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CCSS) 탱크룸에서 불산 희석액 공급배관 철거작업 도중 불산액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중이던 협력업체 성도ENG 소속 최모(46)씨를 비롯한 3명이 목ㆍ손ㆍ발 등에 화상을 입었다. 1도 화상을 입은 이들은 상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과 화성동부경찰서는 삼성전자 측 현장 책임자와 문제가 된 배관 교체작업에 나섰던 협력업체 성도ENG 작업자들을 상대로 원인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 CCTV를 확보해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삼성전자와 성도ENG와의 계약관계도 수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직원들이 내산장갑ㆍ고글ㆍ카트리지 마스트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했다. 하지만 내산장화는 착용하지 않아 일부 안전관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배관에 불산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작업한 것이 화근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고가 발생한 3시간 뒤인 오후 2시35분경 경기도청 등에 전화로 보고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불산 누출사고 최초 보고는 삼성전자가 아니었다. 경기도 환경안전관리과 소속 공무원 2명은 이날 불산 사고와 별개로 올 1월 사고와 관련 행정처분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우연찮게 현장을 방문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했다. 사고는 사업장에 도착한 지 10여분쯤 지나서 발생했다. 삼성전자에 늑장신고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사고는 올 1월 발생한 사고의 장소와 동일한 곳에서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다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불산 누출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장 상황 파악과 인명 구조 조치 등을 하는데 약 3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관계자는 “사고 경위 파악과 마무리를 하면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고 보고시점에 현장에 도공무원들이 와서 구두로 보고한 것”이라며 “아무것도 파악된 게 없는데 신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월 사고 당시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권호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불산 사고의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이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의 공식적인 책임 인사 조치는 없었다. 대신 삼성전자는 기흥ㆍ화성단지총괄 조직을 신설해 사업장 환경안전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노력은 96일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환경안전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안석 건강한 노동세상 사무국장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청을 통해 관리했고 탱크에 불산이 남은 상태로 작업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기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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