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자 임금시위 바람

미국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저임금 일자리로 꼽히는 패스트푸드와 리테일 업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들의 수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의 임금은 인상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 패스트푸드와 리테일 업종을 중심으로 인금인상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 패스트푸드·리테일 업종 근로자를 중심으로 ‘최저 임금 인상’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 4월 23일 시카고 스테이트 스트리트에서는 던킨도너츠·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와 시어스·나이키를 비롯한 리테일 업체 노동자들이 모여 ‘최저 임금 15달러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소매 업체 시어스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차라에드 네이보스는 “시간당 9달러 급여를 받는데 그나마도 일주일에 20시간밖에 일을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제공하는 ‘푸드스탬프’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류매장 노드스트롬 랙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타는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매장 직원을 추가로 뽑지 않아 업무는 점점 늘어나는데 임금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뉴욕 지역 패스트푸드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패스트푸드 포워드’라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타임스퀘어 근처에서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간당 7~9달러인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해 달라”며 “현재 시간당 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1만6000~1만8000달러(약 1700만~2000만원)로 이 정도의 임금수준으로는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당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이들은 취직이 다소 쉬운 패스트푸드와 리테일 업체로 빠졌다. 그런데 이들 업종에서의 고용확대와 임금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 옹호 단체인 국가 고용법 프로젝트(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 관계자는 “2008년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하면서 좋은 보수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대신 시간당 급여가 7.69달러에서 13.83달러인 서비스 업종에서의 저임금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초 이후 고용된 근로자들의 58%가 시간당 12달러 미만의 급여를 받을 정도로 고용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세계은행의 이사직을 맡고 최근 이머징마켓의 투자자로 있는 안토이네 반 액트맬은 “중국의 노동 비용은 연간 약 15% 상승하고 있는데 미국의 임금은 비슷한 수준”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동안 기업들은 경기회복과 함께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기업 전체의 세후 순이익은 약 1조7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경기회복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일리노이주 레스토랑 연합회 회장 샘 토이아는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프랜차이즈 협회 회장 수잔 케저스도 “모든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들이 부자라고 믿는 것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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