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부는 농심·카스 열풍

미지의 시장’ 몽골에 K-Food 열풍이 불고 있다. 매운맛의 농심 라면과 톡 쏘는 느낌이 일품인 오비맥주 카스가 몽골을 사로잡고 있다. 한류 덕도 있지만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를 던진게 주효했다. 몽골시장을 장악한 농심과 오비맥주의 비결을 살펴봤다.

▲ 농심의 매운맛이 김치찌개 라면과 신라면으로 지난해 몽골 라면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 농심의 몽골 라면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시장 점유율 1위다. 2002년 몽골에 라면을 수출한 지 10년의 기록이다. 지난해 매출은 7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 몽골에서 라면 하면 농심이다. 몽골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황순욱씨는 “몽골의 슈퍼에 진열돼 있는 라면 대부분은 한국산”이라며 “가끔 러시아나 중국 라면도 눈에 띄지만 몽골에서는 ‘라면=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있다”고 귀띔했다.

# 오비맥주가 몽골 맥주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0%에 달한다. 프리미엄 맥주만 뚝 떼놓고 보면 시장점유율은 30%로 치솟는다. 로컬맥주보다 50%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톡 쏘는 맛으로 몽골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몽골은 해외 가공식품의 천국이다.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몽골이 가공식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슈퍼에 들러 제품 원산지를 보면 몽골에서 만들어진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수입산이 많다”고 말했다. 조병욱 몽골한인상공회의소 사무장은 “과자·빵·우유·주스·맥주를 제외하고 몽골이 자체 생산하는 품목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교부 자료(2011)에 따르면 몽골의 국내총생산(GDP)은 광산업(27.4%)·농축산업(17.5%)이 주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농심과 오비맥주의 인기가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해외 가공식품의 인기가 많은 몽골에서 농심과 오비맥주가 잘 팔리는 건 당연하다”며 깎아내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몽골시장에 들어오는 가공식품 대부분은 러시아·중국산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입이 용이해서다. 농심과 오비맥주가 러시아·중국산을 뚫고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농심의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첫째 이유는 ‘매운맛’에 있다. 사실 처음 진출할 땐 리스크가 있었다. 몽골 사람들의 주식이 낙동제품과 고기류라서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몽골 사람들에게 ‘매운맛’으로 승부를 거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농심은 ‘김치찌개 라면’이 몽골에서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몽골을 비롯한 북부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김치’를 신비로운 음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2003년 사스 바람이 불었을 때 중국을 비롯한 북부대륙지역에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륙 사람들이 의문을 품은 게 있었는데 ‘왜 한국에는 죽은 사람이 없느냐’였다. 이들은 그 해답을 ‘김치’에서 찾았고, 김치를 건강식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라면을 앞세운 농심의 전략은 통했고, 이는 신라면의 인기로 이어졌다. ‘김치 콘셉트’가 매운맛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제는 한국의 매운맛에 매료된 몽골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치 내세워 라면시장 점령

김치와 매운맛만이 성공비결은 아니다. 농심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썼는데, 바로 ‘마트식 홍보기법’이었다. 몽골에는 대형마트가 별로 없다.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의 ‘시식 마케팅’은 당연히 없다. 몽골진출을 위해 현장조사를 하던 농심 관계자들은 이를 간파했다. 몽골 사람들을 상대로 ‘라면 시식 캠페인’을 펼치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농심 관계자는 “매대 정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시식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한 게 몽골 소비자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은 몽골시장에 더 많은 라면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구명선 농심 중국법인장은 “올해는 보다 많은 브랜드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공략해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오비맥주의 최대 수출국은 몽골이다. 오비맥주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몽골서 '카스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심도 그렇지만 오비맥주 ‘카스’의 성공도 주목할 만하다. 주류산업 규제가 강한 몽골시장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특히 몽골시장은 APU 같은 로컬업체의 인기가 상당하다.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를 정도다. 하이네켄·바스 등 글로벌 맥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오비맥주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을 하지 않는다. 일본·홍콩에 맥주를 수출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설계개발식(ODM) 방식이다. 오비맥주의 첫번째 자체 브랜드 수출처가 몽골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리스크가 컸다.

오비맥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몽골시장을 공략했다. 다양한 카스 브랜드 가운데 ‘카스레드’ ‘카스후레쉬’ 두 제품만 수출하고 있다. 그중 국내에서 잘 팔리지 않는 ‘카스레드’를 몽골을 뚫을 전략제품으로 삼았다. 수출 전 현장조사를 통해 몽골인이 높은 도수의 맥주를 선호하는 걸 간파하고 ‘6.9도’의 카스레드를 수출한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몽골인은 보드카 같은 도수 높은 술을 즐겼다”며 “맥주를 먹을 때도 높은 도수의 술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카드레드를 선봉에 세웠다”고 말했다.

도수 높은 맥주로 승부수

 
날씨마케팅도 몽골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오비맥주는 동절기에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몽골의 날씨를 감안해 ‘맥주를 얼지 않게 운송하는’ 보온보관방법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중국·러시아 등 추운 국가에 ‘카스’를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비맥주는 몽골의 사막화를 막는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10년부터 카스 판매액의 1%를 기금으로 조성해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지역에 나무를 심는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의 소중함과 함께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알리면 오비맥주의 마케팅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시장에 맞는 독특한 전략으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몽골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농심과 오비맥주는 국내에서 쓰던 마케팅 전략을 포기했다. 몽골시장에 맞는 상품을 라인업하고, 톡톡 튀는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에겐 언제나 ‘특별한 비법’이 있게 마련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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