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성장ㆍ분배 공존하는 도시재개발 방법

▲ 영국 런던의 코인스트리트 지구는 사회적 평등과 공정성에 입각해 주민 스스로 개발을 주도했기에 도시재생사업에 성공했다.
도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행복한 도시’가 돼야 한다.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개발은 ‘물리적 시설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주민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삽질부터 한다는 거다. 이제는 도시재개발에 ‘재생’이라는 새 콘셉트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는 늙거나 쇠퇴했다. 도시에 생명력이 없다는 얘기다. 1960년대부터 도시개발이 시작됐지만 ‘재개발’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도시재개발•재정비 사업은 공공성 부재, 지역 커뮤니티 붕괴, 세입자•취약계층의 배제, 민간으로 책임 전가, 수익성 위주의 사업 추진 등으로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다.

이런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이 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정비•재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시도 자생적으로 변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거 중심의 재개발이 핵심이다. 경제•사회•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도시재생 실현방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법•제도•정책의 제한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나온 패러다임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도시개발에 도입한 거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토지불로소득에 치중한 민간 위주의 물리적 도시재개발•재정비 사업과는 다르다. 다양한 참여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서다. 쇠퇴했거나 쇠퇴하고 있는 도시의 경제•사회•환경•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시의 활력을 회복하는 게 ‘도시재생’의 핵심 콘셉트라는 얘기다.

다소 어려운 얘기지만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전략에 맞춰 성공한 해외 도시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코인스트리트 지구를 먼저 보자. 이곳은 주민이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재개발 방향성을 수립•추진했다. 기존 거주민을 쫓아내는 민간개발업자의 재개발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스스로 재개발 사업체를 조직해 마을만들기 운동을 추진했다. 대런던청으로부터 5.2㏊의 토지를 매입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녹지공원과 강가 산책로, 복지서비스 공간을 만들었다. 도시개발과 토지경영의 큰 틀을 사회적 평등과 공정성에 뒀기에 가능했다. 주민은 사우스뱅크 일대의 도시개발을 통제하는 협의기관을 설립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 중요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보봉생태주거지구도 주민이 직접 개발계획과 설계에 참여한 사례다. 프랑스 군사기지였던 이 지역을 생태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주민이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 도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여 공동체 기반의 도시재생사업을 하나씩 실현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이라는 생태공동체 문화가 기반인 주민의 자발적 도시재생사업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보봉지구는 패시브 주택, 태양열•태양광 에너지 활용, 태양에너지주택 개발 등을 이용해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 롯폰기힐즈는 도심지역의 교통난, 건축물 노후화, 주민 노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재생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쿄의 문화거점이 되기 위해 다양한 도시기능을 복합적으로 도입하고 문화시설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마치즈쿠리협의회와 재개발준비조합을 설립해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그 결과 롯폰기힐즈는 주변지역과 조화를 이룬 도쿄의 랜드마크가 됐다. 특히 낙후된 지역문화 인프라를 정비해 지역 활성화를 꾀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세계적 경기침체와 스페인 정부의 산업보호 철폐 등으로 쇠퇴한 도시였다. 하지만 빌바오는 3차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시재생을 시도했다. ‘빌바오리아 2000’이라는 실행조직을 통해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문화시설 유치와 환경정비, 교통인프라 개발 등을 추진했다.

이처럼 각 나라의 도시재생사업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성이 발견된다. 첫째, 성장과 분배가 공존하는 창조적인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서 다양한 형태의 도시기능을 공급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공동체 기반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지역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도심형 산업을 육성하고 창조경제를 산업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해 토지이용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통정의에 입각한 사람 중심의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대중교통•자전거•보행 등 녹색교통 중심으로 도시공간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장애인•노인•어린이•임산부 등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와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하고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보행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복합적 토지이용을 통해 주거•상업•업무 등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공정한 절차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참여자와 참여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민 교육, 지역 인재 육성, 도시재생 리더 양성 등 지역 발전을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해관계자 간 유기적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과 공공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원주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물리적 시설개선에 치중해선 안 돼

마지막으로 균등한 책임과 권리가 주어지는 공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사•문화 지역을 보전하고 재생해 지역의 고유가치를 계승해야 한다. 특별한 장소를 통해 도시가 지니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녹지와 열린 광장 확보, 환경용량을 고려한 개발사업 추진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도시재생 작업을 물리적 시설을 개선하는 데만 맞춰선 안된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경제•사회•환경의 요소를 총체적으로 회복해야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가 행복한 도시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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