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dition 파트1] 사자성어로 풀어본 퍼거슨 경영철학

최근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은 27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역경도 많았을 것이다. 퍼거슨은 이를 어떻게 돌파했을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인생의 해답이 보일 듯하다. 기업경영에 적용할 키워드도 나온다. 맨유 감독 시절 퍼거슨의 일화 5개를 선별해 그 의미를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 최고의 축구지도자로 평가받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그의 선수단 운영기법은 기업경영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

Case 1. 개혁할 때는 과감히 밀어붙여라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니키 버트, 게리 네빌, 폴 스콜스…. 한 시절을 풍미한 슈퍼스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유소년 시절부터 퍼거슨의 지도를 받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한 퍼기의아이들(Fergie’s Fledglings)이라는 것이다. 1995/96시즌 애스턴 빌라와의 개막전에 전격적으로 기용된 이들은 그러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결과는 1-3 패배. 경기 후 영국BBC 축구전문가 앨런 핸슨은 “어린애들을 데리곤 우승할 수 없다”는 독설을 내뱉었다. 주위의 반응도 차가웠다. 퍼거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꺾지 않았다. 결국 퍼기의 아이들은 숨은 역량을 드러내며 무섭게 날아올랐다. 영건들의 맹활약 속에 맨유는 그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과 FA컵 트로피를 동시에 들어올렸다. 독설가 앨런 핸슨은 민망했을 것이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다. 후한서「경엄전」이 그 출처다. 당시의 여론은 장군 경엄에게 ‘못 한다’는 식으로 회의적이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 황제 유수劉秀부터 그랬다. 상대 세력이 워낙 강력했고 만만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엄은 ‘하북 일대 평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후한(정부)이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전쟁의 결과는 경엄의 승리였다. 이때 황제 유수가 장군 경엄에게 한 말이 ‘유지자有志者, 사경성事竟成’이다. 이전에는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마침내 이루어진 다음에 듣게 되는 말이다.

Case 2. 미래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쳐라

수년 전, 맨유의 트레이닝장에서 싸움이 있었다. 신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팀의 터줏대감 판 니스텔로이 사이에 빚어진 마찰이었다. 이들은 모의시합 중이었다. 호날두의 개인플레이가 심하다고 느낀 판니는 이를 지적했다.

자존심 강한 호날두는 즉각 반발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둘 사이의 냉각기류는 가시지 않았다. 이들의 다툼은 퍼거슨 감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퍼거슨은 판니와 호날두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억지로 화해시켰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두 선수의 활약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둘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시합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 퍼거슨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판니는 특급 골잡이로 맨유 전력의 핵이었다. 이에 반해 호날두는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그러나 퍼거슨은 후자를 선택했다. 미래가능성을 잡은 것이다. 퍼거슨의 판단은 옳았다. 호날두는 맨유의 심장으로 우뚝 섰고, 세계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지지불태知止不殆
멈춤의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노자의 「도덕경」44장이 그 출처다. 다시 말해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욕심을) 멈출 줄 알면 (내가) 위태롭지 않다. (더불어) 오래 갈 수가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는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 맨유의 에이스 판니를 내치고, 호날두를 기용한 퍼커슨의 인재채용은 이와 같다.

Case 3. 문제가 생겼을 땐 당장 해결하라

올 4월 23일, 애스턴 빌라전을 앞둔 맨유 선수들은 들떠 있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경기 전반 맨유 선수들은 날랐고 애스턴 빌라 선수들은 쳐졌다. 맨유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퍼거슨은 초조했다. 은퇴를 결심한 자신의 감독경력에 방점을 찍을 경기였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해이해지려는 기색을 보이자 하프타임 때 그는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했다. ‘헤어드라이어’였다.
 
퍼거슨은 선수를 몰아붙일 때 면상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 그 입김이 얼마나 센지 선수의 머리카락이 흩날릴 정도다. 헤어드라이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세례를 당한 맨유 수비진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후반 거세게 이어진 애스턴 빌라의 반격을 무리 없이 방어했다. 그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적할 일이 있을 땐 강하면서도 즉각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소통철학, 이것이 퍼거슨의 방식이다.

통즉불퉁通則不痛
통하면 안 아프다는 뜻이다. 조직이 소통이 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 이와 반대의 조직은 불통즉통不通則痛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소통이 안 이루어지는 조직은 병이 든다. 그리고 썩는다. 꽉 막혀서 조직 안팎으로 병 수준의 아픔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Case 4.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2011년 5월 29일 FC 바르셀로나(바르샤)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경기여서 국내 팬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결과는 맨유의 참담한 패배였다. 1-3 이라는 스코어도 그렇지만, 전반 초반 10분을 제외하면 바르샤에게 시종 끌려 다녔다. 86%의 패스성공률을 보인 바르샤에 비해 맨유의 성공률은 72%에 그쳤고, 볼 점유율도 35%에 불과했다. 세기의 명장으로 불리는 퍼거슨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은 낙담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아들뻘인 과르디올라 바르샤 감독에게 직접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최선을 다 했지만 바르샤를 막기엔 힘이 부족했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최고의 팀은 바르샤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몇 달 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퍼거슨은 다시금 바르샤를 치켜세웠다. “가끔은 상대가 더 낫다고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현재의 바르샤는 압도적인 최강의 팀이다”고 평가한 것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대에 대한 깔끔한 예우였다.

감이후지坎而後止
기운 좋게 흘러가던 물도 때론 작든 크든 간에 구덩이를 만난다. 다시 말해 잘나가는 사람으로 보이더라도 실패할 때가 있다. 인생사, 그런 거다. 거센 물살도 구덩이를 만나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다. 발버둥 친다고 금방 차오르지 않는다. 차오를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감이후지坎而後止는 「주역」의 습감괘習坎卦가 그 출처다. 실패는 다른 말로 역경이란 구덩이로 비유할 수 있다. 구덩이 밖으로 나올 때까지,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구덩이 때문에 생겨난 걸림돌은 구덩이가 메워지는 때가 오면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Case 5. 권한을 위임하라

퍼거슨은 맨유 역사의 산증인이다. 감독으로 27년을 활동하며 경이적인 성적을 거든 그를 맨유 경영진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실제로 퍼거슨은 맨유의 선수관리뿐 아니라 미디어관리와 조직구성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구단 장악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한편에선 그를 “모든 걸 다 틀어쥐고 휘둘러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쟁이 영감”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퍼거슨을 잘못 이해한 말이다. 퍼거슨은 적절히 권한을 나눌 줄 아는 관리자였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수석코치에게 팀 전술을 일임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남아공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친 후 맨유의 수석코치로 합류한 퀘이로스는 유망주를 발굴해 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루이스 피구와 루이코스타가 그가 발굴해 낸 선수들이다. 이런 능력을 높이 사 맨유는 퀘이로스를 영입한 것이다.

그러나 퍼거슨은 퀘이로스의 다른 능력에 주목했다. 퀘이로스는 포백라인을 융통성 있게 변형하는 전술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퍼거슨은 퀘이로스의 전술운용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퀘이로스에게 팀 전술훈련과 전술운용의 전권을 위임했다. 이후 맨유는 보다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팀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러 사람의 생각(아이디어, 영감, 의견, 제안 등)을 모으면 이익이 커진다는 뜻.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부하들에게 쓴 편지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무릇 관직에 참여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야만 충성스러움과 이익을 넓힐 수 있다(夫參署者, 集衆思, 廣忠益也)”가 그것이다.
승상이 관직에 참여한 사람에게 그러했듯이 감독(퍼거슨)은 참여하는 스태프에게 권한을 위임해 팀의 승리를 더 넓게 이끈 것이다.
유두진 기자 · 심상훈 고전경영아카데미 원장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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