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제빵명가 가맹사업 접을까

을乙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본사가 가맹점주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갑甲은 이렇게 반박한다. “경영사정이 어려워서 을에게 주던 혜택을 줄였을 뿐인데 오버한다.” 제빵명가 크라운베이커리의 얘기다. 크라운베이커리가 갑을싸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The Scoop가 갑을싸움 속으로 펜을 집어넣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한때 ‘최고’ 자리에 군림했다. 1990년대까지 업계 1위는 늘 크라운베이커리의 몫이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제빵업계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크라운베이커리는 파리바게뜨·뚜레쥬르에 선두자리를 내주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실적은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다. 2008년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올린 적이 없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500개가 넘었던 직영·가맹점수는 현재 100개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강원도 지역이 심각했다. 강원도 홍천 지역 점주는 “2009년 매장을 오픈할 때만 해도 강원도에 20여개 매장이 있었는데 이제는 홍천점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크라운베이커리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은 지 오래”라며 “영업·마케팅·제품생산력 등에서 앞서는 게 없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인지 제빵업계 한편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크라운베이커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르겠다.”

시장은 냉정하다. 힘이 없으면 밀린다. 옛 명성은 옛 이야기일 뿐이다. 해외시장을 주름잡았던 코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게 시장이다. 크라운베이커리도 예외일 순 없다. 그래서 폐업설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실적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어서다.

크라운베이커리 시끌벅적 “왜”

문제는 크라운베이커리의 사업형태가 ‘프랜차이즈’라는 점이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문을 닫으면 법적 가맹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가맹점주가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크라운베이커리로선 일정 부분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 크라운베이커리의 가맹점주들이 최근 들불처럼 들고 일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손실보상을 하지 않으려고 크라운베이커리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사업은 중단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체 누가 진실의 혀??깨물고 있을까. The Scoop가 본사와 가맹점의 간극을 파고들었다.

Case1 직영점이 사라진다

 
프랜차이즈의 생존 여부는 직영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직영점은 본사 소유다. 어려우면 없애면 그만이다. 법적문제도 따르지 않는다. 직영점이 많다는 건 프랜차이즈 사업이 탄탄하다는 거다. 직영점이 사라진다는 건 사업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어떨까. 2011년 크라운베이커리의 직영점은 40개(특약형태 매장 포함)에 달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직영점은 10개(크라운베이커리 홈페이지 기준)다. 2년새 32개나 줄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줄어들었다. The Scoop 취재 결과 남아 있다는 직영점 10개 중 2개는 폐업한 상태였다. 나머지 8개 가운데 2개 매장은 ‘문을 닫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지는 직영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직영점 폐쇄러시가 가맹점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크라운베이커리 광주대 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가맹점이 늘어나야 프랜차이즈 사업이 번창하는 거잖아요. 이 정도는 우리도 압니다. 하지만 크라운베이커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신규 가맹점 신청을 아예 받지 않아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더 이상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닌가요?”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억지를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쏴붙인다. 그는 “직영점을 없애는 건 회사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언급한 대로 가맹사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크라운베이커리가 가맹점주를 ‘떼내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어서다. 본사 영업직원들이 자진폐업을 유도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Case 2 본사 영업사원 왜 폐업 권했나

올 2~3월. 가맹점주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본사 영업사원이 돌아다니면서 폐업을 권유한다는 거였다. 근거 없는 소문이 천리를 간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폐업권유를 받은 가맹점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점 점주는 “올 초에 영업사원이 찾아와 3월치 제품 구매비 등을 합산해 1500만원의 보상금을 줄 테니 폐업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크라운베이커리 염창동 점주 역시 비슷한 시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본사 수도권 영업소장 A씨가 찾아와 “매장을 접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다. 이런 제안을 받은 점주들은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가맹점 활성화가 업무인 영업사원들이 찾아와 폐업을 권유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영업사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폐업을 유도했겠는가”라고 말했다. 회사의 영令을 받고 움직였을 거라는 얘기다. 본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폐업을 권유하고 다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렵게 통화가 연결된 영업소장 A씨는 “나도 그만뒀고, 할 말도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영업사원이 무슨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폐업을 권유했는지는 알 수 없다. 회사의 지침을 따랐을 수도, 스스로 판단해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본사가 가맹점이 없어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충남 아산 응봉 포스코점은 지난해부터 매출부진에 시달렸다. 점주는 올 1월 가맹점을 다른 사람에게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본사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가맹점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승계하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라운베이커리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담당 영업사원은 “3월 말 다시 얘기하자” “승계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를 ‘가맹사업 중단의 전조前兆’로 파악하고 있다. 가맹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승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다.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통보를 받은 매장도 있다. 강원도 홍천점은 지난해 8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강원도 지역의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는 거였다. 홍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을 통해 간신히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었다.

크라운베이커리 관계자는 “물류비용이 늘어나면 본사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가맹점을 압박하는 행위를 계속해서 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를 옥죄기 시작한 거다.

Case 3 주문시스템 왜 변경했나

크라운베이커리는 5월 3일 모든 제품의 주문시간을 ‘이틀 전 낮 12시’로 변경했다. 별일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경영의 신神’이 아닌 이상에야 ‘이틀 후 주문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덜 주문하면 모자랄 수 있고, 많이 주문하면 반품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본사가 반품의 약 50%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진난해 반품제도까지 손봤다. 본사가 50%를 보상하던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주문시간 변경으로 가맹점주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생크림 케이크가 문제였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생크림 케이크의 덕이 크다. 다른 제빵 경쟁업체와 달리 크라운베이커리는 자체 공장에서 생크림 케이크를 100% 생산했다. 품질저하를 막기 위해 매장에서도 자체 제작할 수 없도록 했다. 생크림 케이크는 유통기한이 3일이다. 신속하게 만들어 재빨리 팔아야 ‘최상의 품질’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주문제도 변경으로 이게 불가능해졌다.

천안 직산점 점주는 “생크림 케이크의 경우 유통기한이 3일인데 이틀 전 12시까지 주문을 예측해 넣으라는 것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반품제도마저 폐지돼 주문 자체를 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버이날에 생크림 케이크의 주문량을 잘못 예측해 더 많이 팔지 못했다”며 “주문제도 변경에서 비롯되는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천안 직산점 점주는 “100% 우유크림으로 만든 크라운베이커리의 생크림 케이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알아준다”며 “회사가 가맹점을 모집할 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케이크 주문시간과 반품제도였는데 이젠 껍데기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Case 4 혜택 줄여 가맹점주 압박

주문 시스템 변경에 묻힌 감이 있지만 사실 반품제도는 문제가 많다. 특히 반품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라운베이커리의 반품제도는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영업부 소장이 가맹점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반품을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점주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주변 매장에서 동의를 했다고 해서 사인했다”며 “하지만 예측주문에 반품까지 받아주질 않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반품제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가맹점에 주던 혜택을 조금씩 없애나갔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최근 삼성카드·SK상품권·OK캐쉬백 제휴를 중단했다. 크라운베이커리 빵을 샀을 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인 거다. 가맹점 입장에선 난감하다. 고객이 찾아왔을 때 ‘할인이 적용되는 게 없는가’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서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상징 같은 서비스였던 ‘케이크 배달 서비스’도 없앴다. 매출의 상당부분이 케이크 배달 서비스에서 나오는 일부 가맹점은 ‘죽을 맛’이다. 급기야 미수금 제도까지 바꿔버렸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원래 대금결제가 이행되지 않거나 계약이행 보증금의 80% 이상의 물품대금미수가 발생했을 때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 기준은 최근 계약이행 보증금의 30%로 두배 이상 낮췄다.

미수금이 조금만 발생해도 주문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 가맹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던 제도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대부분 가맹점주의 매출을 크게 떨어뜨릴 정도로 중요한 제도죠. 매출의 80%를 케이크 배달 서비스로 올리는 매장도 제법 많았죠. 크라운베이커리가 힘든 건 알겠는데, 가맹점주를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옥죄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주문제도를 변경하든, 혜택을 없애든 본사와 가맹점이 협의만 하면 된다. 본사가 어렵기 때문에 협의만 잘 이뤄지면 가맹점이 이해할 수도 있다.

케이크 배달 서비스까지 폐지

▲ 윤영달 회장은 2005년 해태제과 인수 직후 부인 육명희씨를 해태제과 고문으로 영입했고 이듬해 크라운제과 대표에 앉혔다. 공교롭게도 크라운베이커리의 몰락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본사와 가맹점의 갈등이 ‘어려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영사정이 어려워 제도를 바꿨다”며 “가맹시스템은 유지한다”고 말한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어렵기 때문에 가맹점을 정리할 수밖에 없고, 그 수순을 밟고 있다”고 단언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크라운베이커리가 사업을 접으려고 하는 것이 명백해 보이는데도 주문시간 변경, 반품 거부 등 가맹점주들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어 점주들이 알아서 관두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운베이커리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케이크 택배 서비스 담당 부서인 CN팀은 최근 수개월간 인원을 감축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삼성리빙플라자·KT전보 등 공공기관·대기업과 체결한 케이크 배달 서비스 계약을 종료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파주 생산공장도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파주공장에서 생산하던 냉동생지류·일반빵·케이크·선물류를 모두 외주로 돌렸다. 이에 따라 파주공장 직원 중 일부는 외주업체로 이동하거나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파주공장 자체도 폐쇄 예정으로 드러났다. 공장 직원 30~40명이 실직위기에 처한 셈이다.

크라운베이커리 노조 관계자는 “파주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대전물류센터에서 주문을 받는다”며 “크라운베이커리가 빵을 만들지 않는 빵기업으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조만간 회사를 그만둔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가 ‘가맹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빵을 제조하지 않는 빵기업이 가맹점 시스템을 어떻게 유지하겠느냐는 거다. “가맹점에 주던 혜택을 줄이고, 반품·미수금·주문제도를 바꾼 것은 가맹점주의 자진폐업을 유도해 보상금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 계약서에 따르면 본사가 파산하거나 적당한 사유 없이 연속 2회 이상 제품공급을 일체중단하면 가맹이행 보증금은 물론 적정금액을 보상해야 한다. 만약 크라운베이커리가 가맹사업을 중단하면 가맹점주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손해배상청구가 최선의 길”

권민경 민변 변호사는 “크라운베이커리의 사례는 회사가 가맹사업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도 점주들을 괴롭혀 알아서 관두게 하려는 모양새”라며 “민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를 하는 게 최선의 길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가 자진폐업을 유도하면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최근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벼랑에 몰려 있다. 영업손실은 쌓이고 제빵시장에선 갈수록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만약 내부적으로 가맹사업 폐지를 결정했다면 가맹점주들에게 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폐업수순을 밟는 게 옳다. 그게 아니라면 가맹점주를 압박하는 시스템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해법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머리를 맞대면 나온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 5명은 공정위에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크라운베이커리를 고발할 계획이다. 공은 크라운베이커리로 넘어왔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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