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재택근무금지 후폭풍

미국 실리콘밸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야후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최근 재택근무를 전면 금지했다. 노동계와 여성계의 반발과 빈축이 잇따랐지만 파급효과가 심상치 않다. IT기업들이 스마트워커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후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셈이다.

▲ 야후의 재택근무 금지 결정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마트워크 도입을 재검토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야후의 ‘재택근무 금지’ 방침이 IT기업의 스마트워크(Smart Wo rk) 재검토로 이어지고 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올 2월 재택근무금지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야후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가장 탁월한 의사결정은 사내복도나 회의실에서 이뤄지는 토론에서 나온다”며 “직원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회사로 다시 출근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야후의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근무하기 좋은 직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구글 출신인 메이어 CEO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빠졌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이 혁신을 가져온다’는 실리콘밸리의 정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야후의 방침에 대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굴뚝산업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야후의 재택근무 금지 결정은 직원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주려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계의 거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에게 재택근무는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수단인데, 워킹맘인 메이어 CEO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동계의 원성이 이어지자 메이어 CEO는 5월 7일(현지시간) 한 IT 콘퍼런스에서 “재택근무를 반대한 것은 산업계 전체를 두고 내린 판단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야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스마트워크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무장소와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직원에게 자유를 주면서도 업무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는 스마트워크의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메일ㆍ메신저ㆍ전화통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보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 대화가 더욱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워크를 악용해 개인 일에 몰두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오랫동안 재택근무제도를 유지한 야후는 이를 악용하는 직원이 늘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 오랜 재택근무로 협업문화가 사라지자 “방치해선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야후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야후의 자택근무금지 결정 이후 미 IT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은 스마트워크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재택근무 금지령을 내렸다.

IT기업의 이런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기업조차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절감하고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면 제조회사ㆍ금융회사ㆍ공공기관의 스마트워크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야후의 재택근무 금지령. 생각보다 파급력이 세다. 나비효과는 어디까지 갈까.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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