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유방劉邦을 움직인 육가陸賈 ②

▲ 자로와 역생의 공통점은 지혜를 발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다.
아름드리 나무도 털끝만 한 데서 생긴다.
- 노자

사람들로부터 ‘한심해 보인다’고 손가락질 받고, ‘미친 놈’이라고 무시를 당해도 기죽을 일이 아니다.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 일이 술술 풀릴 것이다.

한심해 보이고, 미친놈이라고 하더라도 ‘밤이 오면(때가 되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스타일 남자이던 역생은 패공을 만나고부터 자신의 계책을 쓴다. 진짜 실력 발휘를 한 거다. 어떻게 됐을까. 순전히 ‘세치의 혀’로 광야군光野君이라는 벼슬에 올랐다. 더구나 한고조 유방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는다.

이 대목에서 ‘세치 혀’의 경제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집안 배경이 좋지 않는 개천에서 난 사람들, 다시 말해 귀족이 아니라 평민으로 출세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의 얘기다. 어느 날 멀리 길을 떠나게 된 자로는 그 전에 공자를 방문했다. 떠난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은 기특한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너에게 수레車를 줄까, 아니면 좋은 말言을 줄까?” 그러자 자로는 갈등도 하지 않고 단숨에 이렇게 말했다. “좋은 말씀을 주십시오.”

수레는 여행용 마차다. 오늘날로 얘기하면 자가용 자동차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가격은 비싸다. 당신이 만약 제자라면 뭘 선택하겠는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재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로나 역생은 달랐다. 둘의 공통점은 차를 살 수 있는 말言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벤츠는 아무나 탈 수 없지만 돈만 있으면 내 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개천 출신이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선 어렵단 거다.

그러나 돈을 벌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월급쟁이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 지혜를 잘 팔면 빨리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길을 떠나는 자로에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공을 이룰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충실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친함이 없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없다.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으면 예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 다섯가지만 조심하면 먼 길을 갈 수 있다愼此五者而已’고 공자는 가르쳤다. ‘이 말을 중유仲由와 자로는 죽을 때까지 받들었다由請終新奉之’고 한다.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잡언雜言’편에 나온다.

그렇다. 이 다섯가지를 평생 입에 달고 산다면 어느 누구와 친하지 않으며, 어떤 상사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내 말言이 모두皆에게 먹힐지를 고민하고 말한다면, 손해 볼 일은 없다. 인간관계에서 화합諧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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