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의 창조경제론

▲ 김광두 원장은“사업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는 창조경제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개념이 두루뭉술하다. 창조의 ‘길’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난망하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스타트업 기업이 맘놓고 일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면 된다. 벤치마킹할 금융지원책도 있다.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다.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 혹은 새로운 기술과 융복합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창조경제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생구조가 정착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성장이 가능하다.”

5월 15일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언급한 ‘창조경제’의 개념이다. 김광두 원장은 우리나라의 산업발달 과정을 4단계로 설명했다. “농업과 중공업을 거쳐 2000년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ITC산업의 시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지식창조 산업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기술혁신을 통해 ITC시대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데, 아이디어를 이용한 지식•문화산업이 그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으로 거시경제의 안전성, 창조적 인력의 확보, 공공정보의 공유체제 확립, 지적재산권 보호, 융합사업의 인프라구축, 창업금융의 원활한 작동,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구조 정착, 창의력을 저해하는 규제철폐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연구활동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 형태로 보호해야 한다”며 “지식재산권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지식평가기구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이 갖춰져도 규제시스템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루묵이라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창조경제는 경제체질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지금은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라며 “창업•퇴출•기술규제 등은 기득권을 보호하는 폐단을 낳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방해해 산업과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경직된 기업문화도 규제의 일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상명하복, 조직우선주의, 부서이기주의, 단기 성과주의 등에 젖어 있는 한국의 기업문화는 유연한 체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일침이다.

금융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아이디어가 기반인 사업을 통해 알찬 열매를 맺으려면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지원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펀드도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지원은 시장에 상품이 출시되는 성숙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리스크가 적은 부분에 대해서만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초기 단계에 원활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정책의 확립과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와 같은 금융정책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1993년 정부(40%)와 민간(60%)이 합동으로 조성한 펀드다. 히브리어로 혁신을 뜻하는 이 펀드는 자본이나 담보능력이 없어도 아이디어•기술만 있으면 지원해준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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