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상큼하게 뗀 국민석유회사

▲ 국민석유회사의 출발이 좋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어서다.
돈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신뢰를 얻어야 돈이 모이게 마련이다. 국민에게 20% 싼 기름을 공급할 목적으로 출범한 국민석유회사가 돈 대신 신뢰를 먼저 택했다. 증자작업 전 산업자원통상부에 ‘석유수출입업 조건부 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증자작업을 먼저 할 수 있지만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건부’ 등록을 택했단 거다.

“정유사의 담합 고리를 끊고 국민에게 싼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국민석유회사를 만들겠다.” 지난해 5월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유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기존보다 20%나 저렴한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업체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는 긍정론과 ‘허황된 꿈’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렸다.

이태복 대표의 계획은 일단 순조롭게 진행됐다. 올 3월 21일 법인 ‘국민석유회사’를 출범시킨 이 대표는 5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석유수출입업 등록(조건부)을 마쳤다. 다음날인 14일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업내용•투자설명회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금감원 검토가 끝나면 국민석유회사는 인터넷과 서면으로 투자를 약정한 사람들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공모 청약에 들어간다. 이 대표는 “국민의 1인1주 갖기 운동의 성과”라며 “소비자주권운동이자 경제민주화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석유회사의 석유수출입업 등록엔 ‘조건부’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아직은 공식적으로 사업을 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나윤관 산자부(석유산업과) 사무관은 “조건부 등록 상태에선 석유수출입업을 시작할 수 없다”며 “정식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저장시설을 갖추고 본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가 제시한 조건은 ‘내수판매 계획량 제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30일분의 제품보유’ ‘5000kL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보유’다. 돈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조건이지만 국민석유회사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석유회사의 애초 설립절차는 ‘창립선언→법인등기→이사회 증자결의→금감원 증자신청→증자공모→증자납입→석유수출입업체 신청→사업개시→국민석유회사 주유소 50개 설치’였다. 증자공모를 통해 돈을 모은 다음 석유수출입업체로 등록을 하려고 했던 거다. 하지만 이 절차엔 위험요소가 있었다. 돈이 모이지 않으면 석유수출입업체  본등록을 할 수 없어서다. 

빠른 사업 전개 위해 순서변경

국민석유회사에 돈을 넣은 투자자로선 안전한 조치다. 국민석유회사가 주식공모를 먼저 하지 않고 조건부 등록을 먼저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먼 투자자에게 손실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라는 얘기다.

심인지 국민석유회사 홍보위원은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신뢰”라며 “이를 토대로 국민주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금이 생기면 석유수출입업 등록조건은 금방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뢰를 줬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최고시간은 약 15일이다. 일정상 올 6월 중순이면 1000억원 증자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국민석유회사 측은 공모작업이 완료되면 한달가량 준비작업을 거쳐 국민석유 주유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올가을 저장시설을 제외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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