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행간 투자법의 비밀

▲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에서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호재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유행에 민감한 패션과 비슷하다. 이론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 공시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려서다. 그렇다고 공시가 모든 걸 좌우하는 건 아니다. 해당 종목이 가진 잠재력이나 업계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주식시장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식 초보에서 고수로 넘어가려면 랜덤워크(random walk)라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랜덤워크란 어떤 확률변수가 무작위로 변동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하면 주가는 늘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끔 주식 초보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매수가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말해주고, 적절한 대응방법을 제시한다. 노출된 지표를 활용해 대응방법을 제시하면 맞지 않을 때가 많아서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매 시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지표가 바뀐다.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엔 유사한 답이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답은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같은 일이 재현되는 랜덤워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수없이 많은 이론이 나와 있지만 현실에 꼭 맞는 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음 주식에 발을 담그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책 속에 돈다발이라도 숨어 있는 것처럼 밤을 새워 공부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주식시장은 결코 책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시험 족보를 꿰차고 다양한 공식을 달달 외워서 시험장에 갔더니 응용문제를 풀라는 식이다. 주식시장이 그렇다.

주식시장에는 이론보다는 현실에서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 공시가 발표되면 관련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증시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과 다를 바 없다. 민감한 주식시장을 더욱 출렁이게 만드는 건 작전세력이나 스켈퍼(scalper)다. 스켈퍼는 2~3분만에 주식을 사고팔아 하루 수십번 혹은 수백번의 거래를 하는 단타형 투자자를 말한다. 작전세력과 스켈퍼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잠자코 있도록 내버려두질 않고 지속적으로 동요시킨다.

물론 요즘 주식시장은 출렁거림이 덜하다. 박근혜 정부가 주식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작전세력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전업투자자들로선 이 상황이 지겹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공시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종목들은 여전히 나오고 있고, 그 가운덴 상한가 행진을 하는 종목도 있다.

악재도 때론 호재로 돌변해

 
올해 5월 9일 국내 디지털 음원 사업진출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6월 1일부터 삼성뮤직이라는 이름의 음원서비스를 시작한다. 음원을 제공받는 곳은 KT뮤직이 운영하는 올레뮤직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KT뮤직은 4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호재 하나가 미치는 효과는 이렇게 크다.

기계장비업체인 헤스본은 호재가 아니라 악재를 제거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원래 헤스본은 회계 처리 위반 등의 문제로 상장폐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코스닥 시장의 상장 폐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헤스본이 이 결정을 공시하고, 주식거래정지가 풀리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휴지조각이 될 뻔한 주식이 되살아나면서 더 가치를 만들어낸 거다. 하지만 이런 깜짝 이벤트는 오래가지 못할 때가 많다. 헤스본의 주가는 거래가 재개된 5월 13일 1540원까지 상승했지만 5월 16일 115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삼성은 5월 14일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래기술육성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창업투자 종목이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상한가를 만든 창투주 중 일부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거나 현금유보율이 마이너스다. SBI글로벌•엠벤쳐투자•제미니투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창투주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때문에 기본정보를 모르고 호재만 쫓다간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상한가를 치는 종목일수록 회사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호재라도 파급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삼진엘앤디는 미국의 에너지 플래닝어소시에이츠사에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급 계약규모는 543억원으로 연매출의 20%에 달했다. 때문에 이 회사의 주가는 공시효과보다 더 큰 상승세를 타고 있다. LED조명에 대한 비전까지 괜찮은 덕분에 주식시장은 더 큰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제아무리 랜덤워크로 움직이고, 작전세력 탓에 출렁여도 해당 종목이 탄탄하다면 걱정할 게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제아무리 상한가를 치고 있더라도 곧바로 하한가로 돌아설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JTBC와 함께 중앙미디어네트윅스그룹의 자회사인 제이콘텐트리는 얼마 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JTBC 보도 총괄 사장으로 이직한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그 소식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른 건 아니다. 실제로는 영화와 드라마 부분에서 좋은 실적을 낼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한 거다. 제이콘텐트리가 수입•배급한 영화 ‘아이언맨3’는 관객 740만명을 돌파했다. ‘꽃들의 전쟁’ ‘가시꽃’ ‘세계의 끝’ 등 TV프로그램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새 작품을 추가로 제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가 상승이 ‘손석희 신드롬’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호재는 기업가치에서 나와

얼마 전 바른손 게임즈와 키이스트가 각각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바른손 게임즈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배우 배용준이 몸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업체 키이스트는 달랐다. 비디오 게임업체인 소프트 맥스나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 등에 비해 비전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키이스트가 3억5000만원을 출자해 게임개발사 ‘콘텐츠엔’을 설립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지자 시장이 급작스럽게 반응했다.

주식은 이론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장 소식에만 매달려서도 안 된다. 출렁이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해당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그다음이 공시를 보는 거다. 이게 주식고수가 되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nanilee0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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