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파트4] 동성제약의 ‘봉독 에센스’

‘소량의 독은 건강에 이롭다.’ 봉독(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이 그렇다. 소량만 넣어도 피부재생과 피부미백에 좋다. 봉독이 여드름 예방 화장품의 주요 성분으로 활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아무리 나쁜 독이라도 잘만 사용하면 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봉독은 트러블 예방효과가 있어 여드름 예방 화장품의 주요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2006년, 한상미 농촌진흥청(농진청) 박사는 우연히 방문한 한의원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봉독蜂毒이 관절염 치료제의 주요 성분이라는 사실이었다. 봉독은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이다. 성분의 75%가 단백질이다. 신경통ㆍ요통에 효과가 탁월해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인다. 봉독이 천연 한방재료에서 항생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상미 박사는 이런 봉독의 기능에 주목했다. 꿀벌의 침이 피부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험에 들어갔다. 100mL 무좀 균주에 봉독을 첨가해 일주일 동안 배양했다. 이후 항균력을 측정했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무좀을 일으키는 세 종류의 균을 모두 없애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피부미백에도 탁월했다. 봉독을 피부에 바르자 멜라닌을 만드는 효소인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활성이 억제됐다. 이 밖에 트러블 예방, 피부진정, 피부재생 등 다양한 효과를 나타냈다. 봉독을 화장품 성분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 만했다. 한 박사가 제품개발에 고민하고 있을 때 연구의뢰가 들어왔다. 동성제약이었다. 1997년 화장품 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동성제약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여드름 예방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여드름 예방은 물론 관리할 수 있는 화장품으로 선보이며 줄곧 업계 1위를 달린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화장품 대기업들이 여드름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비슷한 원료를 사용한 탓에 동성제약의 여드름 화장품은 특색을 잃었다. 여드름 화장품시장의 강자였던 동성제약의 위기였다. 동성제약 수뇌부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100% 천연원료를 활용한 여드름 예방 화장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농진청과 동성제약은 쉽게 의기투합했다. 봉독을 연구하던 농진청과 자연주의를 표방한 동성제약의 철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05년 누에고치를 이용해 입안상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치약을 개발한 전략도 있었다. 2007년 연구개발(R&D)에 돌입한 농진청과 동성제약은 꿀벌의 벌침액에 숨어 있는 효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봉독을 성분으로 만든 에센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출시된 첫 봉독화장품이었다.

 
봉독을 함유한 에센스는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봉독 성분이 여드름 예방ㆍ진정은 물론 피부재생에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출시시기도 좋았다. 봉독 에센스가 출시될 무렵 웰빙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능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봉독 에센스’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숙경 동성제약 과장은 “봉독은 독이라는 특성 때문에 0.01%의 소량에도 파급력이 크다”며 “봉독화장품에 이어 봉독을 활용한 의약품 특허출원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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