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는 골칫거리다. 11년째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별별 방법을 동원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 무거운 ‘공’이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 돌아왔다. 그는 “ 민영화에 성공하면 임기에 관계없이 회장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민영화 작업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길이 만만치 않다.

▲ 사의를 표명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아직까진 예상한 대로다.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5월 23일 제4차 회의를 열고 “이순우 은행장을 회장 내정자로 확정했다”고 우리금융 이사회에 통보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4월 14일 이후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은 한치 앞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 속 행보’를 계속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충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가이드라인은 있었지만 ‘MB정부 금융 4대 천왕’시대가 마무리되는 시점과 겹치면서 잡음 없는 인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우리금융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지원자는 13명이었다. 회추위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여섯 후보와 면담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내정자와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김준호 우리금융 부사장이 경합을 벌였다.

탁월한 조직 장악력 강점

표면상으론 3파전이었지만 업계에선 이 내정자의 회장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이 내정자는 현직 은행장으로서 내부사정에 정통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송웅순 우리금융 회추위원장은 “이 내정자는 우리은행에 37년간 근무하면서 금융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았으며 소탈한 성품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내부 조직 장악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회장직과 은행장직의 겸직이 가능하다는 점도 박근혜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와 맞물리면서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민영화 추진과정 중 회장과 행장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민영화 작업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의 선임은 이런 견해차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친화력과 겸손함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웃는 얼굴에 부하직원의 경조사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의 관계도 원활하다. 그러나 지적사항이 있을 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따끔하게 꼬집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현장경영 신봉자이기도 하다.

이 내정자가 금융지주사 회장에 오르면 말단행원 출신 첫 수장이 된다. 대구고•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7년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에 입행한 그는 IMF 사태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된 뒤엔 초대 인사부장을 맡아 조직 융화를 도모했다. 2004년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과 수석 부행장을 역임했고, 2011년 3월 내부 출신으로는 이종휘 전 행장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호평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내정을 두고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이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 정부 들어 성대 출신이 유독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모두 성대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주요 요직에 성대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며 이른바 ‘성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6월 14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으로 정식 임명된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다. 이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첫째 과제는 역시 우리금융 민영화다. 이 내정자는 5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직원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원하고 있다”며 “민영화를 이루고 나면 임기에 관계없이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평화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회사를 정부가 하나의 그룹으로 묶으면서 탄생했다. 이후 민영화 논의만 11년째다. 그러나 모두 불발됐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은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이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내정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일괄매각•분할매각•블록세일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쉬운 민영화 방안은 일괄매각이다. 이는 우리금융을 한꺼번에 다른 인수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절차가 상대적으로 단순한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율이 올라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

KB금융그룹이 매번 인수합병(M&A) 후보로 등장했지만 ‘메가뱅크’ 논란으로 매각에 실패했다. 우리금융 노조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민영화를 활발히 추진한다면 환영하지만 그것이 일괄매각에 따른 메가뱅크 추진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메가뱅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서다.

공적자금 회수에만 몰두해 성급히 메가뱅크를 추진하면 금융산업에 교란이 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낙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할 때마다 3대 원칙 중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만 집착해 왔다”며 “금융산업 자체를 발전시키는 큰 목적으로 움직여야지 매각작업이 전부인 양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내정자는 주변 상황을 감안해 지분을 조금씩 나눠 파는 블록세일이나 계열사들을 쪼개 파는 분리매각을 고려할 확률이 높다. 그중 분리매각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쪼개 팔면 인수자를 찾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분리매각은 일괄매각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일부 계열사가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조속한 민영화가 관건

▲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된 이순우 내정자는 은행업무 외에 증권, 보험 등 비은행업무까지 총괄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적절한 인물배치다. 현재 우리금융 계열사 중에는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인 곳이 많다.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사장자리는 공석이고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 권숙규 우리FIS 사장의 임기도 만료됐다.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의 임기도 5월 중 끝난다.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찾아 조속히 인사를 마무리해야 할 책무가 이 내정자에게 주어진 셈이다. 


이팔성 회장이 추진하다 잠정 보류된 사업들도 이 내정자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팔성 회장은 금호종금 인수,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인수, 미국 LA한미은행 인수 등을 추진해 왔다. 이 내정자는 이 회장이 벌여온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현 8%대인 해외사업 비중도 최대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작업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 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이지만 이 내정자가 순수 은행원 출신이라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지주를 이끌려면 증권•보험•카드•이벤트 등 비非은행 업무까지 총괄해야 한다. 은행만 지켰던 이 내정자의 순수혈통은 ‘은행업무 외에는 잘 모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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