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그곳에선 재벌돈이 넘쳤다
비밀의 그곳에선 재벌돈이 넘쳤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45
  • 승인 2013.05.27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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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한국 유령회사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이 245명으로 드러났다. 이 중 상당수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나 총수 일가다. 조세피난처는 낮은 세율뿐만 아니라 철저한 비밀이 보장된다. 때문에 탈세•비자금 조성 등 기업의 불법자금 거래가 만연한 곳으로 알려졌다.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 과연 투명할까.

 
한국인 24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유령회사다. 조세피난처에 세워졌다고 하면 일단 ‘역외탈세’ 의혹을 받는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5월 22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공동 취재한 결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1차 취재 결과물일 뿐, 추후 공동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245명 중 한국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차명 대리인을 내세워 법인의 실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또 보통 한 명이 1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지만 많게는 5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1995년부터 2009년 사이로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집중됐다. 245명의 명단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상당수가 포함됐다.

▲ 재벌 총수 등 한국인 24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은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2007년에는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가 ‘카피올라니 홀딩스’를,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는 ‘퀵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두 회사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만들어졌다.

버진아일랜드는 법인 소득에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피난처로 통한다. 이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것 자체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기업들은 해외기업과의 합작 사업을 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을 할 때 절차가 간편한 조세피난처를 이용한다. 문제는 탈세•비자금 조성•재산 빼돌리기 등의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낮은 세율은 물론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보다 쉽게 검은돈을 만들 수 있다.

실명이 일부 거론된 상황에서 국세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 한국인 명단을 입수하려 했지만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뉴스타파가 공개하는 명단을 토대로 기업인과 가족의 역외탈세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세청은 우선 이들의 재산 형성과정과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의 출처, 세금 납부 여부, 해당 계좌의 성격과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후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안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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