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노키아는 보이는 시장에만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시장은 소홀히 다뤄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처지가 됐다.
브랜드 전략을 짤 때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 상황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현재에만 머물러 있으면 시장 선도는 물론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막기 어렵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보이지 않는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로 ‘보이는 시장(tangible market)’을 공략한다. 통계의 힘을 빌려 시장을 쪼개고, 그 쪼갠 시장의 주요 경쟁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세분화된 시장에 진입하려는 거다.

하지만 빤히 보이는 시장만을 분석하고 사업에 뛰어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세계 최대 IT기업이었던 노키아의 몰락에서 알 수 있다. 노키아는 보이는 시장에 충실했다. 2G 휴대전화 시장을 쪼개고, 쪼갠 시장의 경쟁력 수준을 파악해 자신들이 뚫을 수 있다고 판단한 시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3G 스마트폰 시장을 내다보지 못한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앞세운 삼성과 애플에 시장의 지위를 내주고, 경영 위기까지 맞았다.

분명한 것은 보이는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도자가 지속적 우위를 유지할 수도 없고, 후발주자가 선도자를 제압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보이는 시장은 물론 ‘보이지 않는 시장(intangible market)’까지 포괄하는 브랜드 전략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의 브랜드 전략은 ‘혁신’ ‘미충족 욕구(unmet needs)의 재발견’ ‘욕구의 재해석에 의한 새로운 용도 개발’ 등의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혁신 전략은 제품•가격•유통•프로모션 4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일반 냉장고만이 시장에 존재할 때 김치 냉장고, 와인 냉장고가 보일까. 혁신 제품은 기존 시장에선 절대로 발견할 수 없다. 가격 혁신은 ‘화장품=고가’라는 상식을 뒤엎은 미샤나 담배 한갑에 1만원을 책정한 에쎄 골든리프(Golden Leaf) 에디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유통 채널 혁신도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이 전문 매장이나 백화점에서 유통될 때, 식물나라는 슈퍼마켓 채널을 활용했다. 정수기를 가전 판매 채널이 아닌 대여(렌털) 형식으로 전환하고 전문가 코디가 관리하도록 한 웅진코웨이도 유통 채널 혁신 사례다. 

소비자의 욕구를 깨워라

프로모션은 광고•후원•이벤트를 차별화하는 거다. 가령 냉장고에 넣어 팔았던 담배 ‘레종’, 공중파 광고의 틀에서 벗어나 지면광고로 유명해진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의 ‘선영아 사랑해’, 박카스 국토대장정 등이다.

미충족 욕구의 재발견 전략은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 혹은 소비자가 필요하지만 제품화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하는 전략이다. 혁신 전략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시장에선 절대 찾을 수 없다. 광동제약에서 비타500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비타민C를 분말 형태 혹은 알약 형태로 섭취했다. 소비자는 비타민C를 간편하게 마시고 싶었지만 비타민C가 물에 잘 녹지 않아 제품화가 어려웠다. 광동제약은 이런 미충족 욕구를 발견해 해결했고, 피로회복제 시장에서 선도자인 박카스를 따라잡는 기염을 토했다.

욕구를 재해석해 새로운 용도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현재는 하나의 용도로만 사용되거나 쇠퇴기에 있는 제품군에 많이 쓰는 전략이다. 생활용품 전문업체 암앤해머의 베이킹소다가 대표적이다. 제빵 원료로 시장에 진입한 베이킹소다는 현재 탈취제•세정제•치약으로도 활용된다. 냉장고 탈취를 위해 마시고 남은 녹차 티백을 냉장고에 넣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우리는 CT나 MRI에 의한 단층 촬영을 통해 신체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촬영된 영상만으로 신
 
체의 건강상태를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 그 사람의 정확한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은 물론 정신상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 전략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 전략을 짜려면 보이는 시장은 물론 보이지 않는 시장까지 볼 수 있는 눈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틀에 박힌 것만 보는 이는 혁신을 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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