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국내 스마트폰 외신평가 합당한가

갤럭신S4가 출시됐을 때. 크고 작은 미국 언론이 ‘평評’을 달았다. 우리는 이를 ‘진실’로 받아들였다. 미 언론은 왠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 언론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떠오를 무렵부터 냉정함을 잃었다.

▲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이 진해오디면서 갤럭시를 평가하는 외신의 눈이 달라지고 있다.
2010년 7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는 미국시장 출시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2008년 선보인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인 ‘옴니아’가 소비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옴니아 시리즈는 성능과 디자인에서 패착敗着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볼품없는 제품”이라는 비아냥도 숱하게 들었다.

이전의 실패 때문이었을까. 갤럭시S를 평가하는 외신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에 대한 비평기사를 썼는데, 내용은 이랬다.

“갤럭시S가 하드웨어 측면에서 사양이 높다고 해도 전문가들은 아이폰 킬러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의구심을 보인다.(How ever, they doubt the GalaxyS can become the iPhone killer, despite its strong hardware.)” 하지만 FT의 기사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었다. “아무리 갤럭시S의 하드웨어가 강력하다고 해도 경쟁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서는 콘텐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별화해야 한다.” 제조업체 삼성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었다.

미국 IT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은 FT보다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갤럭시S에 치명적인 단점(vampiric quality)이 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4인치 슈퍼 아몰레드 화면이 직사광선 아래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은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비판 수위가 높기는 했지만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합리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던 외신과 달리 오히려 국내 언론은 왜곡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엔가젯이 기사에서 언급한 ‘치명적인 단점(vampiric quality)’을 국내 한 언론이 ‘악마적인 품질’이라고 오역했다가 구설에 오른 것이다. 갤럭시S를 극찬한 발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언론이 평정심을 잃었어도 외신은 줄곧 균형 잡힌 시각을 보였다. 삼성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심정으로 갤럭시S를 출시했을 때 색안경을 끼지 않고 봤다는 얘기다.

1년 후인 2011년 4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2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신의 보도 양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오히려 예리한 시각으로 갤럭시S2를 조명한 분석기사가 쏟아졌다. 스마트폰 전문사이트인 폰아레나닷컴(phonearena.com)은 갤럭시S2가 갤럭시S와 비교할 때 크기는 커졌지만 무게는 같다고 언급했다. 모서리가 둥글었던 기존 모델이 비해 초콜릿 바 형태의 갤럭시S2는 손에 쥘 때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평도 덧붙였다.

 
균형있게 갤럭시 평가하더니…

미국 IT전문매체 슬래시기어(SlashGear)는 갤럭시S2의 스크린이 4.3인치로 슈퍼 아몰레드 플러스 기술을 적용해 OLED 패널의 가장 진화된 기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슬래시기어는 해상도가 유일한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갤럭시S2의 해상도가 WVGA 800×480인데, 같은 크기의 HTC 센세이션의 스크린은 qHD 960×540의 해상도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랬던 외신의 태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싹 바뀌었다. 출시를 앞둔 갤럭시S3를 보는 외신의 반응은 노골적이었다. 지난해 4월 자동차 전문온라인사이트 모터링크런치는 갤럭시S3 출시를 앞두고 “갤럭시S2에서 사양이 업그레이드된 수준”이라며 “HTC One X와 비슷한 수준의 사양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5월 3일(갤럭시S3 출시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흘러나오는 소문을 보면 갤럭시S3가 아니라 갤럭시S2.5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고 혹평했다.

 
혹자는 자동차 사이트의 비평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갤럭시S3가 출시된 이후 외신의 보도를 보자. 지난해 6월 4일 IT전문업체 미국 시넷(CNET)은 아이폰S4와 갤럭시S3의 충격도를 확인하겠다며 시멘트와 도로바닥에 내던지는 황당한 실험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휴대전화 보호장비 업체인 스퀘어트레이드가 실시한 이 실험은 자유낙하충돌, 공중에서 던져 떨어뜨리기, 자동차지붕에 놓고 출발하기 3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험 이후 두 스마트폰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중 갤럭시S3의 상태가 더욱 안 좋았다. 시넷은 실험결과를 근거로 낙하충격 실험에서는 아이폰4S가 갤럭시S3를 훨씬 앞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넷의 해석은 정확하지 않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단말기가 땅바닥에 떨어졌을 때 어느 부분에 충격을 받느냐에 따라 파괴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외신의 황당한 보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25일 시넷은 갤럭시S3와 갤럭시S2가 원격 데이터 삭제 해킹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시넷은 라비 보르가온라크 베를린공대 연구원(통신보안과)의 실험 동영상을 인용해 갤럭시S3와 갤럭시S2로 인터넷을 접속할 때 악성코드에 의해 사용자의 허락이나 사전경고 없이 개인의 정보가 삭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넷은 한가지 사실을 빠뜨렸다. 단말기 설정에 있는 ‘서비스로딩’을 끄면 QR코드와 NFC앱을 무력화하는 공격 차단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팩트(사실)를 중시하며 균형감 있게 보도하던 외신이 특정 사실을 빼버리거나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신의 태도 변화는 갤럭시S4가 공개된 올 4월 확연히 드러났다. IT리서치기업 가트너는 갤럭시S4에 대해 “기술이 빽빽이 들어찬 기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런 기능이 얼마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는 “갤럭시S4의 새로운 기능 중에서 놀라운 것은 없다”며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 HTC ONE X, 아이폰5, 넥서스4보다 낮은 점수였다.

 
냉정함을 잃은 해외 언론

물론 갤럭시에 결함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초창기 갤럭시의 장ㆍ단점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루던 외신이 최근 1~2년 사이에 태도를 돌변했다. 갤럭시의 결함은 물론 사소한 시비까지 기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에 대한 외신의 비판이 과연 정당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흥미로운 점은 외신의 보도태도가 바뀐 시점이다. 외신이 갤럭시 시리즈를 의도적으로 비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진행되면서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의식하자 보도 관점 역시 예민해진 것이다. 글로벌 IT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특허소송이 2011년 시작됐는데 그때만 해도 애플은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경쟁력 등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본안소송이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면서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경쟁자로 올라섰고 이후 점유율도 껑충 뛰어올랐다. 비즈니스와 연결된 외신도 이 부분은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스마트폰 국수주의, 외신도 다를 게 없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