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매치 잘 하면 모델 뺨쳐

 

 

브랜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뜨고 지고를 반복해서다. 단숨에 히트 브랜드로 떠오르는 게 있는가 하면 기본 콘셉트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사랑받는 것도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브랜드는 SPA다. SPA 브랜드는 대량생산한 옷을 저렴하게 파는 ‘패스트 패션’을 일컫는다. 유니클로·H&M·자라 등 인터내셔널 브랜드와 스파오·에잇세컨즈·탑텐 같은 국내 브랜드가 있다. 이들 SPA 브랜드는 젊은층의 패션기호를 꿰뚫어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과 협업전략 펼친 H&M

패션강국 일본의 대표 SPA 브랜드는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브랜드 로고를 빼면 어떤 옷인지 가늠하기 힘들 만큼 베이직한 스타일이 많다. 아이템 대부분이 화려한 프린팅이나 패턴을 지양한다. 평범한 매력을 뽐내는데 충실하다는 얘기다.

유니클로의 강점은 캐주얼 아이템을 비롯 속옷·잠옷·스포티한 기능성 옷·액세서리 소품까지 모든 아이템을 아우른다는 거다. 일본 브랜드이기 때문에 동양인의 체형에 맞게 제작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스웨덴 브랜드 H&M은 유럽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다. H&M하면 콜라보레이션이 먼저 떠오른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옷을 만들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는 2011년 명품브랜드 베르사체와의 협업이다. 저렴한 SPA 브랜드와 명품의 협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끌었다. 10만~2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베르사체 디자인을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젊은층을 열광하게 했다. 보수적인 명품 브랜드가 SPA 브랜드와의 타협으로 대중에게 한발 다가선 것이다. 협업의 결과는 ‘윈윈’ 효과를 가져왔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베르사??브랜드는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H&M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품격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H&M은 이후에도 명품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전설의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지엘라와 협업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때 나온 컬렉션 작품은 가격이 2~3배로 뛰며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국내 SPA 브랜드 약진 돋보여

 

외국계가 점령한 SPA 시장에 뛰어든 국내 브랜드도 있다.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다. 꾸준하게 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인 저력을 밑거름으로 20대 이지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대학생의 캐주얼룩이 바탕인 아이비룩과 소년·소녀 이미지를 부각하는 발랄한 콘셉트를 패스트패션에 접목했다. SM 소속 가수를 전속모델로 기용해 한류패션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에잇세컨즈도 돋보인다. 과감한 마케팅의 힘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이 브랜드는 독특한 매장운영 방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른 브랜드를 부분적으로 입점하는 숍앤숍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에잇세컨즈 매장에 가면 다른 브랜드 제품을 함께 쇼핑할 수 있다. 이런 편집숍 개념은 다른 SPA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는 밑거름이 됐다.

SPA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질 좋은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브랜드마다 특징이나 콘셉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 SPA 브랜드의 특성을 잘 살려 믹스매치하면 좀 더 멋진 스타일링이 가능할 것이다.
이정윤 패션·음악 전문기자 enjoyja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