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지 아날로그 엔진 대표

명함을 펼치면 비행기가 된다. 비행사 명함이다. 명함을 접으면 건축물이 된다. 건축사 명함이다. 상상 속의 명함? 아니다. 이런 명함이 있다. 디지털 명함업체 ‘아날로그 엔진’의 장미지(34) 대표는 “명함에 개성과 소울을 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흥미로운 창업 스토리를 들어보자.

 
명함을 접으면 비행기가 된다. 소녀 모양으로 바뀌는 명함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명함이 아니다. 진짜 명함이다. 충무로 인쇄골목에 둥지를 튼 명함업체 ‘아날로그 엔진’. 이곳엔 그저 그런 명함이 없다. 명함 하나하나에 ‘아이디어’와 ‘소울’이 담겨 있다. 작은 명함 하나가 사람의 아이덴티티뿐만 아니라 강렬한 인상까지 전달한다. 장미지(34) 아날로그 엔진 대표는 “상상하고 원하면 곧 명함이 된다”며 “우리 명함은 그 자체로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 아닌가요? 우리는 명함 한 장이 사람을 알리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가령 헤어 디자이너 명함에 멋들어진 가위가 새겨져 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의 정체성이 한눈에 보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향하는 명함이 이런 겁니다.”

▲ 아날로그 엔진에는 평범한 명함이 없다. 제각각의 테두리에 명함 속 디자인도 다양하다.
이 회사 장미지 대표는 2004년 대학 졸업 직후 탁구공에 그림을 그린 휴대전화 고리를 직접 만들어 신촌·종로에 팔았다. 몇개월 만에 2000만~3000만원을 손에 쥘 정도로 히트를 쳤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카피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장 대표는 하는 수 없이 디자인회사에 들어갔다. 억지로 들어간 회사였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직접 회사를 홍보하고 유통채널을 뚫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성에 차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는 2011년 서울시 청년창업1000프로젝트에 선정돼 8년간의 회사생활을 마치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장 대표는 “입에 쓴 약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때 얻은 노하우가 ‘아날로그 엔진’ 창업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디자인 회사를 다닐 때 각종 행사 브로셔·리플렛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고객니즈를 파악하는 안목이 생겼죠.”

가치 명함 시장 열어갈 터

 
아날로그 엔진의 명함은 조금 비싸다. 200장에 10만원 정도 한다. 값비싼 특수 재질의 종이에 일일이 금박·레이저 가공을 통해 만들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명함에 너무 큰 가치를 넣으려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지만 정작 그는 일을 더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5000만원을 대출 받아 금박기계와 레이저 커팅기를 구입한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함을 만들기 위해 설비투자를 한 셈이다. 더 많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상담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명함 진열 공간도 만들었다.

장 대표는 “낭떠러지 위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겁지만 아찔하긴 하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알 수 없다. 명함에 비싼값을 지불하는 이는 아직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성공하면 명함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게다. ‘명함이 곧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등식이 생길 지도 모른다. 결과를 떠나 이게 바로 창조경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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