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화물창의 딜레마

한국의 LNG선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그런데 LNG선의 핵심기술은 해외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는 선박을 건조하면서 핵심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 업체도 관련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 무슨 속사정이 숨어 있는걸까.

▲ 국내 업체는 LNG선 핵심기술을 보유했음에도 프랑스 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기술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의 선박수주량은 256CGT(선박환산 t단위)로 점유율 38.8%를 차지했다. 세계 1위다. 38.4% 점유율을 보인 중국이 바짝 뒤쫓아 오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중국이 비교적 단순한 선박인 벌크선에서 강세를 띠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탱커•LNG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특히 LNG선은 독보적이다.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LNG선 핵심기술을 해외업체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많은 선박을 제조하고도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LNG선의 핵심기술은 액화된 가스를 저장하는 화물창이다. 많은 양의 LNG를 운반하기 위해선 영하 163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이는 액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화물창 기술이다. 이 기술은 프랑스 GTT사가 보유하고 있다. LNG선은 척당 2000억원을 호가한다. 이 중 GTT사에 내야하는 로열티는 선가의 5%인 100억원이다. 최근 5년간 국내업체가 GTT에 지불한 로열티만 해도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LNG화물창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9월 국내 최초로 한국형 LNG화물창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도 화물창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국내업체가 해외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화물창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해외 선주들이 국내 LNG화물창 기술을 신뢰하지 않아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생각보다 선주들의 성향이 보수적”이라며 “LNG화물창의 수주실적이 있어야 해외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데 그게 없다 보니 검증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기업과 계약을 맺고 ‘화물창 상용화’를 전세계에 공표하면 된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LNG선에 국내 화물창 기술을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의 LNG선 발주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새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한국가스공사가 국내기업에 LNG화물창 제조를 맡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업체가 LNG화물창 수주에 성공해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조선업은 노동과 기술의 집약산업이라서 업체끼리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국내업체도 오랜 기간 거래해온 GTT사와 많은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TT사가 주요 수입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가스공사의 LNG선 발주 또한 구체화된 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LNG선 수요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발주시기와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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