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적자 묘한 경영에 반기
팔면 팔수록 적자 묘한 경영에 반기
  • 김정덕•박용선 기자
  • 호수 46
  • 승인 2013.06.1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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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파트1]르노삼성 복수노조 출범의 숨은 의미

르노삼성에 없던 노동조합이 둘이나 생겼다. 창립 이래 18년만이다. 공교롭게도 두 노조 중 한곳이 부분파업을 결의했다. 언론과 협력업체는 벌써부터 호들갑을 떤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노조가 일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과연 믿을 만할까.

▲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이 예정돼 있지만 무슨 이유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껏 늘 그래왔다. 어느 사업장이든 노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람들은 파업 걱정을 앞세웠다.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가 그런 상황이다. 없던 노조가 두개나 생겨 부분파업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복수노조 체제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1노조)가 하나다. 2011년 8월 출범했다. 다른 하나는 2012년 11월 돛을 올린 기업노조(2노조)다. 대부분의 언론이 ‘파업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가 둘씩이나 있으니 오죽하겠느냐는 거다.

부산 지역 르노삼성 협력업체들의 걱정도 적절히 섞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파업이 웬 말” “무노조였던 르노삼성에 노조가 생기면서부터 삐거덕거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를 회사를 망치는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듯하다. 그런데 이 파업엔 두가지 이슈가 숨어 있다. 하나는 무노조였던 르노삼성에 무슨 이유로 두 개의 노조가 생겼는지다. 다른 하나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다.

르노삼성 노조 탄생 배경을 보면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르노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로 출발해 2000년 9월에 르노그룹에 인수됐다. 인수되기 전 생산직 노동자들은 경쟁사 못지않은 임금과 후생복리를 누렸다. 노조가 없는 대신 성과만은 충분히 보상하는 ‘삼성식 관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생산체계는 하나의 생산라인에 하나의 차종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에 비해 노동강도가 현저히 낮았다. 삼성차를 인수하던 르노 측은 “삼성의 복리후생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선두업체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배속이 든든했던 노동자들은 더 따질 것도, 요구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일이 꼬였다. 무엇보다 업무 강도가 달라졌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르노삼성의 생산직 노동자는 “차종에 따라 다른 부품을 써야 하고, 사양도 봐야 한다”며 “한 차종만 생산할 때보다 일이 2~3배 많다”고 말했다. 차종이 늘어난 건 르노삼성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놔서가 아니다. 2009년부터 르노 브랜드를 단 차종까지 부산공장에서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선 삼성차만 생산하고 있었다.

금속노조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노동강도는 상당히 세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60대지만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64대에 달한다. 르노삼성 생산직 노동자들은 국내 최대 노동 강도를 견디며 일했다. 일요일 새벽에 퇴근해 월요일 아침에 다시 출근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일감이 늘어난다는 건 회사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르노삼성은 2010년 27만5269대를 생산해 27만1480대를 판매했다. 창립 이후 최대생산과 최대판매 기록이었다. 총 매출액은 5조1678억원. 이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고작 33억원에 그쳤다. 매출이 3조7044억원이던 2008년 영업이익이 1343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다. 2011년엔 4조98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2149억원의 적자를 봤다. 차를 생산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조 측은 “르노삼성은 닛산(1999년 르노가 닛산 인수)의 부품을 써야만 했다“며 “그래서 부품을 비싼 값에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더구나 완성차는 유럽시장에 싸게 싼값에 팔려 나갔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얘기는 다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차를 개발할 때 부품수급 계약을 미리 체결하는데 당시 엔화강세로 부품값을 많이 지불해 손실이 났다”고 했다. 그는 “현재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어 수익구조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면 팔수록 적자, 왜?

그러나 이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해 2월 르노삼성은 부품수입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부당하게 세제혜택을 받은 게 드러나 700억원 규모의 과징금도 물었다. 높은 부품값이 영업이익에 손해를 끼쳤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르노삼성이 르노에 인수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르노와 닛산에 지불한 기술사용료(로열티)는 4944억원에 달한다. 인수금액의 2.4배 규모다. 차를 많이 팔아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2011년 르노삼성은 “SM7의 후속모델인 ‘올 뉴 SM7’는 서울모터쇼에 선보였던 콘셉트카와 80% 이상 흡사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올 뉴 SM7’의 스파이샷(파파라치들이 찍은 비공개 신차 사진)은 콘셉트카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디자인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조의 충고를 사측이 귓등으로 흘려들었다는 것이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르노삼성이 ‘올 뉴 SM7’을 출시하려 했을 때 현장 노동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선 안 팔릴 것”이라고 충고했지만 회사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원래 콘셉트카와 똑같이 양산되는 경우는 없다”며 “현장에서 그런 주장을 한 일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실망감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판매 초기인 2011년 8~10월엔 신차 효과로 월 2000~3000대가 팔렸다. 하지만 11월에 886대로 줄었다가 2012년 1월엔 850대로 떨어졌다. 월평균 1000대가량 팔리던 구형 SM7보다도 못했다. 32개월의 신차개발 기간과 4000억원의 투자금이 빚어낸 성적치고는 형편없었다. 전체 매출도 덩달아 하락했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1노조)가 출범한 게 바로 이 무렵이다. 2011년 8월 21일 100명의 직원들이 사측의 비상식적인 경영실태를 바로잡자며 노조를 설립했다. 단순히 임금 좀 더 받자고 만든 노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종규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장은 “뼈 빠지게 일해서 사상 최대의 생산•판매실적을 냈지만 적자가 나는데 어떻게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도 살고 우리도 살기 위해 경영구조를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노조(2노조)의 출범배경은 조금 다르다. 사측은 지난해 8월 13일~9월 7일 전체 임직원 5500여명 중 연구인력과 디자인인력을 뺀 임직원 47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실적부진을 들어 직원을 내쫓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 사건은 사원대표자위원회(사대위)가 제2의 노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1노조)가 출범하기 전까지 르노삼성에는 노조 대신 사대위라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노사협의기구’다. 이 기구의 설립근거는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법’이다. 30인 이상 사업장엔 의무적으로 있어야 한다. 노동법에 근거해 노동자 스스로 조직하는 노조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사대위는 사측과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았다. 노동권의 ‘핵심’인 단체행동권도 보장되지 않아 힘을 쓰기 어려웠다. 사대위가 노조로 전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합리한 사측의 결정에 ‘반기’를 들 만한 힘을 갖기 위해서였다.

경영악화 책임은 사측에 있다

이처럼 두 노조의 설립목적은 임금투쟁이 아니다. 불합리한 경영과 부당한 인사조치가 벌어졌을 때 최소한의 저항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다수 언론의 주장처럼 르노삼성의 두 노조는 파업을 일삼으면서 경영과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지도 않다. 두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 것도 지난해 8월 단 한번에 불과하다. 두 노조가 때만 되면 공동파업을 결의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르노삼성이 실시하는 부분파업은 기업노조(2노조)만 실시한다.

박종규 르노삼성지회장(1노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조가 마치 ‘밥그릇 챙기기’를 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는데 임단협은 단순히 임금문제만을 다루는 게 아니다. 경영이나 투자 등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데 있어 노조의 개입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회사는 무조건 우리가 양보해야 다음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구조 개선과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양보를 할 수 있다. 우리가 물러선다고 실적이 좋아지지 않는다. 회사가 경영구조를 바꿔야 회사가 유지될 수 있다.”
김정덕•박용선 기자 juckys@thescoop.co.kr | @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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