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공포 없어질까

▲ 원전가동을 중단하면 블랙아웃 우려가 확산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절전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5월 28일 신고리 2호기•신월성 1호기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계획예방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는 정비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원자력발전소(원전)의 부품비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원전 23기 중 고리 1•2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1•2호기, 신월성 1호기, 영광 3호기, 울진 4•5호기의 가동이 정지됐다. 일부는 지난해 터진 불량부품 납품비리로 인한 부품 교체작업으로, 일부는 원전균열 등 문제 발생으로, 또 다른 일부는 노후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중단됐다.

원전의 절반가량이 가동 중단되면서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이어 이번에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우려되고 있다. 원전 1기당 설비용량은 70만〜100만㎾급이다. 1대만 정지해도 전체 예비전력이 1.2〜1.6% 포인트 떨어진다.

문제는 숱한 이유로 가동이 중단되는 원전 탓에 블랙아웃이 우려되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 대책은 전력수급 관리뿐이라는 거다. 전력수급 관리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국민에겐 비싼 전기료를 물리며 절전을 강요한다. 싼 전기료를 내는 기업에겐 절전지원금을 준다. 지난해 정부의 절전지원금은 4000억원이 넘는다.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지적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듯하다.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에는 전체 전기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8년 14.9%에서 2030년 27.8%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올해 2월 발표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전과 함께 유연탄 발전설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추가됐을 뿐이다.

정부가 원전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편에선  에너지기술 투자, 연구개발(R&D), 진흥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원전 관계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기관의 특정대학 특정학과 출신 선후배들이 에너지정책을 쥐락펴락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에너지를 개발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황주호 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신에너지기술과는 거리가 먼 원전 전문가다. 국가 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의 기획•평가•관리•진흥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안남성 원장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다. 에너지정책의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진우 원장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출신이지만 “원전은 경제성이 높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원전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부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여기 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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