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린 코데즈컴바인

청바지 토종브랜드 ‘옹골진’으로 신화를 쓴 이가 있다.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회장이다. 그는 2000년대 캐주얼 브랜드 ‘마루’와 ‘코데즈컴바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05년 유통시장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봤다. 설상가상으로 부인과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데즈컴바인은 지금 벼랑에 몰려 있다.

▲ 업계는 코데즈컴바인의 경영악화가 오너에 의해 좌우되는 개인기업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02년 8월. 론칭을 앞둔 여성 브랜드 ‘코데즈컴바인(codes-com bine)’에 대한 패션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청바지로 시작한 비非여성복 전문기업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우려에서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캐주얼과 여성 영캐주얼 틈새를 공략한 코데즈컴바인은 단숨에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중성적인 디자인에 톤 다운된 카키 컬러를 배치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를 거들었다.

이후 코데즈컴바인 포맨과 코데즈컴바인 이너웨어(2005), 코데즈컴바인 베이직(2007)을 출시하며 토털 패밀리 브랜드로 몸집을 키웠다. 실적도 괜찮았다. 2008년 매출 1228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무서울 게 없는 브랜드’로 불렸다.

국내 패션시장을 종횡무진하던 코데즈컴바인이 최근 어려움에 부닥쳤다. 원인은 자금난이다. 올 4월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대표이사 회장은 개인 소유 서울 장안동 빌딩을 매각했다.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인 이 건물에는 코데즈컴바인 본사가 입주해있고, 프리미엄 패션 아울렛 ‘바우하우스’가 영업중이다. 건물과 바우하우스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777억원에 인수했다.

그 결과 코데즈컴바인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였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차입금 상환과 협력업체 대금 지급에 사용할 것”이라며 “월급 지급이 지연된 직원 보수에도 쓰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금사정이 얼마나 좋지 않으면 본사가 있는 건물을 팔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코데즈컴바인의 경영악화가 ‘패션기업의 불황’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박상돈 회장은 청바지 토종브랜드 ‘옹골진’ 하나로 단숨에 기린아로 떠올랐다.

청바지 신화로 떠오른 박 회장은 1999년 캐주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캐주얼 브랜드 ‘마루’다. 당시 베이직 캐주얼이 유행할 때여서 사업이 날로 번창했는데, 매장이 전국 300개에 달했다. 이를 발판으로 2002년 코데즈컴바인을 출시했다.

 
청바지ㆍ캐주얼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가도를 달린 박 회장은 2005년 부동산과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유통경로로 확보한 것이 이번에 매각한 바우하우스다. 박 회장은 성공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MD(상품전개) 구성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코데즈컴바인의 자금난이 이때부터 누적된 것으로 본다.

설상가상으로 코데즈컴바인은 2010년 부부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박상돈 회장의 부인 오매화 이사가 남편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벌인 것이다. 3년간의 이혼소송으로 기업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영권 분쟁은 올 3월 이혼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됐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박 대표를 믿고 따르던 측근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사업 부진을 주변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단기간에 인적 쇄신을 감행한 게 패착이 됐다는 평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기업의 오너가 판단을 잘못하거나 사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도 창업자가 잘못하면 벼랑에 몰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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