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해汝諧로 살아간 이순신李舜臣 ②

▲ 이순신뿐만 아니라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순도 자식의 이름을 짓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사람의 이름을 보면 그 부모의 의지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다. 대통령을 지낸 이의 이름을 보자. ‘영삼泳三’이다. 영泳은 ‘헤엄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삼三은 ‘셋’을 가리킨다. 아버지(김홍조)는 이름처럼 초년•중년•장년을 잘 헤엄쳐 나가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러나 영삼이라는 이름은 의외로 많다. 부모가 의지를 담았다고 해서 자식이 반드시 그렇게 살란 법은 없다는 얘기다. 이순신의 아버지인 이정李貞은 네 아들의 이름을 중국 삼황오제에서 따왔다. 희신羲臣•요신堯臣•순신舜臣•우신禹臣이다.

이정의 아버지는 이백록李百祿이다. 이백록은 조광조의 기묘사화에 연루돼 벼슬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아들인 이정은 출사를 못했다. 과거를 포기하고 관직에 나갈 뜻을 버렸다. 대신 아들들이 출사하길 바랐던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불행을 피할 수 있는 ‘맑은 정치 세상’에서 관직에 나아가길 바랐다. 네 아들에게 태평성대를 이룩한 삼황오제의 이름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의 이름을 그냥 짓지 않는다. 자녀의 이름에 부모의 못다 이룬 꿈을 담기도 하고, 성공과 출세의 소망을 담거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한다. 순신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몹시 고민했다. 정유년(1597)에 쓴 일기에 나온다.
 
아침에 둘째아들 울의 이름을 ‘열’로 고쳤다. 열의 음은 열悅이다. 싹이 처음 트거나 초목이 무성하게 자란다는 뜻이니 글자의 뜻이 매우 아름답다.
- 정유년 기록 중에서


울은 ‘蔚’로 적는다. 고을을 뜻하는 ‘울’로 읽는데 ‘우울함이나 번민’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로 읽기도 하는데, ‘제비쑥•숲•무늬’와 같이 자연친화적인 뜻이 담겨 있지만 ‘끼다, 병들다’와 같이 사악함도 깃들어 있다.
순신이 아들의 이름을 바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가문의 세보’에 근거해 초두변을 쓰는 글자를 넣어야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록에서 순신은 이름을 이렇게 공란으로 비워뒀다. 朝以蔚改名( ). ( )音悅 萌芽始生 草木盛長. 字義甚美.

중국 북송 시대의 문학자이자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순蘇洵(1009~1066)도 두 아들의 이름을 짓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두 아들의 이름을 설명하다名二子說’는 소순의 글이 1000년이 지나서도 전해지고 있다. 옛글 가운데서 진짜 보물들만 모은 ‘고전 중의 고전’ 「고문진보古文眞寶」에 나온다.

수레바퀴, 바퀴살, 수레덮개, 수레 뒤턱나무는 다 수레에 제각기 맡은 것이 있으나, 수레 앞 가로막이 나무만은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로막이 나무를 버린다면 완전한 수레가 되지 못한다. 식아! 나는 네가 겉을 꾸미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천하의 수레 중 바퀴자국을 남기지 않는 게 없다만 수레의 공을 말함에는 바퀴자국이 관여하지 않는다. 비록 수레가 엎어지고 말이 죽더라도 근심이 바퀴자국에 미치지는 않는다 하니, 이 철이라는 것은 화와 복의 중간이다. 철아! 내 모면하게 될 것을 헤아림이라.
- 「고문진보 후집」, 을유문화사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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