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여성 매장 오픈한 나이키

나이키가 여성 특화 매장 ‘나이키 메가숍’을 열었다. 세계 처음으로 한국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스포츠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른 ‘여성’을 적극 붙잡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나이키의 여성 매장 오픈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오픈했던 ‘나이키 가디스’는 고배를 마셨다. 나이키의 두 번째 도전. 이번엔 뭔가 다를까.

▲ 나이키코리아가 국내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10년 만에 여성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였다.
나이키가 국내 여성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나이키는 5월 2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여성 특화 매장 1호점 ‘나이키 메가숍’을 오픈했다. 나이키 메가숍은 전세계에서 하나뿐인 ‘여성 특화 매장’이다.
여성 소비자를 나이키의 주요 고객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국시장을 그 출발점으로 삼은 것도 의미가 크다.

나이키 메가숍은 국내에 있는 나이키 매장 중에서 가장 많은 여성용 상품을 선보인다. 의류는 물론 가방ㆍ신발ㆍ스카프ㆍ양말ㆍ레깅스ㆍ속옷 등 230여 종에 달한다. 제품이 다양한 만큼 매장도 국내 최대 규모다. 면적은 일반 매장의 3배인 198㎡(약 60평)이다.

사실 나이키의 여성 매장 오픈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나이키는 2003년 6월 서울 명동에 여성 전용 매장을 오픈했다. 이름은 여신을 뜻하는 ‘나이키 가디스(Nike Goddess)’였다. 나이키 가디스는 기존 나이키와는 색깔이 달랐다. 검은색ㆍ빨강색이 많았던 다른 매장과 달리 하늘색과 흰색을 입혔다. 강렬함 대신 유연함을 선택한 것이다. 마케팅도 달랐다. 여성 소비자가 운동을 즐기는 국내 피트니스센터와 손을 잡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여성의 운동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안내책자를 배포했다. 여심女心을 사로잡기 위한 유인책이었던 셈이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남성 중심의 나이키를 나이키 가디스가 짧은 시간에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지와 상품가 미스매칭된 것도 문제였다. 나이키 가디스는 ‘여성이 쇼핑하고 싶은 브랜드’ ‘여성다움을 잃지 않은 강한 여자’를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정작 제품엔 녹아들지 않았다.

일례로 여성 소비자는 운동 중에는 운동복으로, 평소에는 외출복으로 활용이 가능한 패션을 원했다. 그런데 나이키 가디스는 기능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패션을 원하는 여성 소비자에게 기능성 운동복을 권유한 셈이니, 잘 될 턱이 없었던 거다.

나이키는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듯하다. 나이키 가디스처럼 ‘여성 전용 매장’을 콘셉트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서다.

 

브랜드 녹아든 남성성향 넘어야

나이키 관계자는 “이번에 오픈한 매장은 여성 전용 매장이 아니라 여성 특화 매장으로 기존 나이키 제품에 여성 제품의 비율을 늘린 것”이라며 “나이키 가디스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스텝 바이 스텝 전략으로 한국 여성을 공략하겠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어떻게다. 10년 전과 달리 한국시장엔 여성 전용 매장이 상당히 많다. 여성 제품 비율을 조금씩 늘려봤자 눈에 띄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여성 전용 매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기도 어렵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이키는 여전히 ‘남성성’이 강하다. 여성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엔 나이키 브랜드가 적당하지 않은 구석이 많다.

여성 소비자를 잡기 위한 나이키의 두 번째 도전. 성공의 관건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브랜드 성격’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남성성을 넘어서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키를 버려야 나이키 메가숍이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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