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는 여전해

최근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 규제 대상인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17일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2개 그룹의 총 매출액은 2011년 1052조7000억원에서 1128조9600억원으로 7.2% 증가했다. 하지만 그룹 내 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은 150조8200억원에서 148조5400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그룹 총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도 14.3%에서 13.2%로 1.1%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87개 기업의 내부거래액은 2011년 13조6600억원에서 2012년 15조1300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이 62조5300억원에서 67조600억원으로 7.3% 늘어난 것보다 3.4% 포인트 높은 증가율이다.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기업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그룹별로 보면, 현대그룹이 94.4%로 가장 높고 대림(60.0%), 부영(57.6%), 롯데(29.5%), 현대백화점(20.2%), 삼성(19.4%),, GS(17.5%), 신세계(14.4%), LG(13.8%), 현대차(13.2%)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SK(-5.3%), 동국제강(-13.4%), 한진(-15.5%), LS(-17.9%), 영풍(-57.5%), OCI(-75.9%)그룹은 총수 일가 지분 30% 초과 기업의 내부거래가 줄어들었다.

개별기업으로는 신록개발(부영그룹)의 내부거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신록개발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은 2011년 26억8000만원에서 2012년 99억4400만원으로 271% 증가했다. 신록개발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아들 이성훈 부영 부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65%)다. 신록개발의 내부거래 비율은 100%다.

같은 기간 대림그룹의 부동산 매매업체 에이플러스디의 내부거래 증가율은 183%를 기록했다. 에이플러스디는 대주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55%)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100%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조현준 효성 사장·조현문 법무법인 현 고문변호사·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100% 지분을 가진 부동산 매매업체 신동진(부동산 매매업체)도 내부거래 비율이 122.3% 증가했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큰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각각 지분 59.2%, 7.8%를 보유한 현대유엔아이(SI업체)도 110.5%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밖에 STX그룹의 STX건설(83.0%), 현대차그룹의 현대엠코(71.8%·), 대림그룹의 대림아이앤에스(62.3%), 부영그룹의 부영씨앤아이(52.8%)와 광명토건(40.1%), GS그룹의 GS아이티엠(32.8%)과 GS네오텍(30%) 등도 높은 내부거래 증가율을 보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해 시작된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그룹 전체 내부거래액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그들의 부를 증진시키는 실질적인 ‘일감 몰아주기’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그동안 상대밖에 있었던 중견그룹의 총수 일가 챙기기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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