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유기업 매각 서두르지만…

속도전 양상이다. 정부가 보유기업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매각절차가 순조롭다면 공적자금의 대량 회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최근 매각계획을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은 팔려는 이는 있는데 사려는 이가 없다. 우리금융 매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왜 보유기업 매각에 속도를 붙이는 걸까. 

▲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지주·대우조선해양·KAI 등의 매각작업이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민영화를 통해 회수를 노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도 지분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 주식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게재했다.

금융위는 자체 보유분(17.15%)을 우선 처분하되 상황에 따라 산업은행이 보유한 31.3%의 지분도 함께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년 전에도 대우조선 매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6조원의 대금을 제시한 한화그룹이 우선대상자로 선정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가 인수를 포기하자 원점으로 돌아왔다.

기업은행의 정부지분도 처분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기업은행은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뉴욕•런던•홍콩에서 기업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해외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6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획재정부는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0%+1주 이상은 유지하되 나머지 15.1% 지분은 최대한 빨리 블록세일하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적자산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복지재원 마련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공약실행에 필요한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서둘러 처분하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반박한다. 금융위 회수관리팀 관계자는 “매각작업은 예전부터 진행해 왔던 것이고, 현재도 일반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복지재원 마련과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정부의 움직임이 공적자금 ‘최대 회수’에서 ‘조기 회수’로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서두른다고 조기매각이 가능하느냐는 거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신속한 처분을 위해선 KB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인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메가뱅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KAI 매각 또한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던 대한항공이 KAI 인수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지분 매각 계획을 세워 세입예산에 반영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주도 팔지 못했다. 뚜렷한 대책 없이 투자설명회만으로는 지분처리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이다. 경기불황으로 매입희망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업계에선 대우조선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며 “잠재매수자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매각계획은 불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조선업계의 회복이 요원한 시점이라는 것도 부담스럽다. 대우조선이 지금 매각절차를 밟으면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적자금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매각주간사를 정하는 것일 뿐 매각을 진행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매각진행이든 주간사 선정이든 어정쩡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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