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Money Trend

에너지음료의 주요성분인 카페인과 타우린을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카페인은 내성이 강한 물질이어서 각성효과를 보려면 더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인 일일 섭취권장량 125㎎인 청소년이 에너지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칼슘흡수 불균형은 물론 저골밀도ㆍ골다공증 등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 고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음료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별다른 규제 없이 판매되고 있다.
몇년 전 버스로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였다. 오랜 버스여행으로 심신이 지쳐 졸린 눈을 하고 있던 필자에게 버스기사가 음료수를 권했다.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생소한 제품이었다. 뭔지도 모르고 벌컥벌컥 마셨다. 정신이 번쩍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너지음료’였다.

요즘 에너지음료가 인기다. 성인 남녀는 물론 청소년도 즐겨먹는 듯하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에너지음료 구매자는 20대(41%), 10대(23%), 30대(21%), 40대(15%) 순이다. 주요 소비계층이 10~30대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음료 시장이 기존 탄산음료 시장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성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차ㆍ비타민 음료는 남성 구매 비율이 30~35%에 그치지만 에너지음료는 70%를 웃돈다.

그렇다면 에너지음료는 언제 마셔야 하는 것일까. 유명 에너지음료 사이트 FAQ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보자. 격무에 시달릴 때, 나른한 장거리 운전시, 운동을 하기 전이나 시험보기 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전, 스포츠 경기에 돌입하기 전,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기 전에 에너지음료를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에너지음료 권장 사항 초점이 성인 남성에 맞춰있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 남성에 맞춰진 전용음료가 전 연령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음료는 고高카페인 음료다. 카페인 음료의 주성분은 타우린과 천연카페인(과라나 추출물)이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각성작용을 한다. 화학적으로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일시적으로 잠을 쫓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에너지음료의 주요성분인 카페인과 타우린을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카페인은 내성이 강한 물질이어서 각성효과를 보려면 더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인 일일 섭취권장량 125㎎인 청소년이 에너지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칼슘흡수 불균형은 물론 저골밀도ㆍ골다공증 등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에너지음료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은 에너지음료 11개 제품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에너지음료를 청소년이 하루 2병 이상 마시면 카페인 권장 섭취량을 초과해 인체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페인 일일 권장 섭취량은 성인 400㎎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당 2.5㎎ 이하라고 덧붙였다. 원론적인 지적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립취지는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설립한 전문기관이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국민건강 보호 차원의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을 보자.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ㆍ껌ㆍ사탕ㆍ과자식품을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신경계ㆍ심혈관계가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의 경우 카페인이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미국 뉴욕시 보건당국은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제한 조치를 두고 법정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음료ㆍ차ㆍ에너지음료가 치명적일 수 있으니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정작 국내는 조용하다. 한국소비자원은 느긋한 행동을 보이고 있고, 수많은 전국 대학병원ㆍ가정의학과 교수들은 위험천만한 에너지음료에 대해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카페인을 많이 복용할 경우 불안하고 초조해질 뿐만 아니라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함량 제한, 광고 금지 등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카페인 음료와 저카페인 음료로 나눠 알려주고 복용시 유의점을 알려주는 것. 국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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