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큰 손님 태국

최근 태국 정부는 6조2000억원 규모의 물관리 사업에 국내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올 3분기에 있을 태국 고속철 사업에서도 국내 업체가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물관리 사업은 최종낙찰자 선정이 연기됐다. 태국 측의 태도가 모호하다.

▲ 2011년 대홍수의 영향으로 태국은 물관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업체가 그 물관리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건설업은 전환기를 맞을 때마다 해외수주를 통해 성장해왔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사우디 알룰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 주베일 산업항 공사 등을 따내며 돌파구를 찾았다. 1980년대 경제도약기 때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을 통해 용틀임을 했다. 당시엔 대형공사 대부분을 중동에서 발주했다.

최근엔 경향이 바뀌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형 공사 발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4개국의 올해 신규 프로젝트 발주액은 8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전체 해외 수주액보다 1.3배나 많은 액수다. 이 중 주목되는 국가는 태국이다. 2011년 대홍수로 산업전반에 큰 타격을 입었으나 지난해부터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건설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태국의 움직임은 한국 건설업계에 큰 기회다. 6월 10일 한국수자원공사는 약 11조원 규모의 태국 통합 물관리 사업 중 방수로와 임시저류지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물관리 전체사업물량의 56%이고 공사액 6조2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내용은 차오프라야강 8개 유역과 기타 강 17개 유역 등 태국 25개 주요 강의 물관리다. 홍수에 대한 공포는 체계적인 물관리사업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업에는 수공과 함께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삼환기업 등 국내대표 건설사가 컨소시엄형태로 참여한다.

박용희 이트레이드 증권 연구원은 “수공과 5개 건설사가 각각 5000억원에서 1조원규모로 수주할 전망”이라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과 자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태국 현지 업체를 따돌리고 일궈낸 의미 있는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국내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지정되기까지 정부의 노력도 컸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태국에서 개최된 ‘제2차 아•태 물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수주지원활동을 전개하는 등 꽤 공을 들였다.

현재 태국은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블루칩 고객으로 떠오른 상태다. 올 3분기 발주 예정인 태국 고속철 사업도 국내 건설업계엔 기회다. 태국정부는 총 길이 2563㎞의 고속철도 4개 노선을 준비 중이다. 서울~부산 고속철 구간의 6배에 달한다. 태국 정부는 고속철 입찰을 수주한 1개 사업자에게 4개 노선 모두를 맡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조2000억원 초대형 사업 눈앞에

군침을 흘릴만한 사업규모이다 보니 프랑스•일본•독일•중국•스페인 등 철도선진국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 고속철 KTX외에 시속 421㎞(시운전 상)까지 주파가 가능한 ‘해무-430X’를 보유한 철도 선진국이다.

태국 고속철 사업이 매력적인 것은 단순히 차량 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 인근 개발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태국 고속철 사업을 수주하면 국내 건설업체도 참여할 부분이 많을 전망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은 철도역 인근시설 건설보다는 고속철 차량을 파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건설과 고속철 차량 모두에 관심이 있는 한•중•일 세 나라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국이 산업공단 추가 건설을 준비 중인 것도 관심이 모아진다. 태국은 조만간 28개의 산업공단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를 증대시키고 생산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태국 총리실은 공단 건설로 53만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약 30조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이 본격화돼 해외 발주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건설사에도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태국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540만 달러에 따낸 것이 우리나라가 해외건설시장에 내디딘 첫발이었다. 이때 축적한 노하우는 또 다른 해외 건설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발판이 됐고 이후 우리나라 건설업은 무럭무럭 발전했다.

그러나 계속 순탄할 수만은 없는 법. 최근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부동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암흑 속을 걷고 있다. 이런 국내 건설업계 분위기에 태국이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줄지 주목된다. 물론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태국 측에서 발주예정인 대형 건설공사들은 구체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을 넘어서야 해서다.

고속철 사업의 경우 일본•중국과의 경쟁도 경쟁이거니와 낙찰 받는다 해도 사업성이 어느 정도일지 판단하기 어렵다. 사업 재원을 태국 정부가 100% 조달한다면 사업성이 보장되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태국정부와 민간업체가 6대 4 또는 7대 3 등으로 비율을 나눠 사업비를 조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공사규모가 커지거나 자칫 사업이 지연될 경우 참여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난다. 브라질 고속철 프로젝트도 한때 우리나라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민간업체의 사업비 조달이 조건으로 붙으면서 고개를 돌린 상태다. 국토교통부 국제철도팀 관계자는 “태국 고속철의 경우 좀 더 지켜봐야지 현재로썬 사업성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태국 28개 산업공단 추가건설 또한 언제 어떻게 구체화될지 미정인 상황이다. 물론 태국 정부가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벌이는 사업이라 기대치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기대감만 키운 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물관리 사업이다. 6월 18일 태국정부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수공 등 국내 업체를 최종낙찰자로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꿨다. 최종낙찰자 선정을 4~5개월 정도 늦추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별도의 사업•시공감리담당(PMC) 업체를 선정해 세부조건을 좀 더 조율한 뒤 최종계약을 진행하겠다는 게 태국 정부의 입장이다.

물관리 사업 최종낙찰 연기

▲ 태국은 올 3분기 중 고속철도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초대형 국책 사업인 만큼 태국 측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국내 건설계에는 파장을 몰고 왔다. ‘낙찰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관련주가 폭락했다. 6월 19일 주식시장에서 삼환기업은 하한가를 기록했고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다른 컨소시엄 업체들도 3~4%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부랴부랴 수공과 국토부는 “태국 정부와 가격협상을 마무리 지었으며 우선협상대상자 내용이 뒤집힐 일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차오프라야강 일대에 자리 잡은 수중가옥의 보상•이전문제와 각종 환경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개발에 따른 여러 인허가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낙찰이 확정돼야 실태조사에 들어가고 공사견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아직 실태조사 전이기 때문에 보상문제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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