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저커버그의 ‘마라톤 회의’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의 머리가 만났다. 장장 7시간에 걸쳐서다. 이례적이다. 올 4월 삼성을 찾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의 방문시간은 3시간을 넘지 않았다. 삼성과 저커버그 간의 사업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6월 18일 오후 마크 저커버그가 이돈주 삼성전자 전략마케팅실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총 7시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그룹에 머문 시간이다. 24시간(1박2일)밖에 안 되는 방한 일정 중 3분의 1을 삼성에서 보낸 셈이다. 삼성을 찾은 글로벌 IT업계 거물 중 가장 긴 방문시간이다.

6월 18일 삼성 고위임원진과 저커버그는 7시간에 걸쳐 면담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마라톤회의’라고 평가한다. 저커버그는 이날 오후 1시40분경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오후 8시40분까지 삼성 고위임원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신종균(ITㆍ모바일 부문) 사장, 이돈주(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사장, 윤한길 전무 등 무선사업부 임원진이 참석했다.

양측의 만남이 7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삼성을 방문한 글로벌 IT기업 거물 가운데 저커버그 CEO가 가장 오랫동안 삼성과 이야기를 나눠서다.

실제로 양측의 만남은 당초 알려진 시간보다 길어졌다. 삼성 측은 오후 5~6시 사이에 면담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오후 6시 저녁식사가 시작되면서 시간이 연장됐다. 결국 면담은 오후 8시40분까지 이어졌고, 신종균 사장과 저커버그가 삼성 1층 로비를 나오며 유쾌하게 악수를 나누고서야 만남이 마무리됐다. 저커버그는 2시간40분을 더 투자한 셈이다.

올 4월 방한한 IT업계 거물의 삼성 내방 시간은 저커버그 CEO와 대비된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겸 CEO는 2시간(오전 11시~오후 1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시간40분(오후 6시30분~9시10분) 동안 삼성과 면담했다. 오찬과 만찬을 겸했지만 면담시간은 모두 3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삼성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면담 시간도 1시간20분(오후 2시30분~3시50분)에 그쳤다. 7시간가량 이야기를 가진 삼성과 저커버그 CEO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커버그, 7시간 투자 ‘왜’

근거는 또 있다. 저커버그와 함께 삼성을 방문한 4명의 참모가 핵심 실무진이라서다. 특히 댄 로즈 부사장은 페이스북에서 글로벌 기업과 사업 제휴, 인수합병 업무를 책임진다. 이런 이유로 저커버그의 삼성 내방은 양측의 사업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갤럭시 스마트폰ㆍ태블릿PC 부문에서의 콘텐트와 타이젠 운영체계(OS) 교류가 점쳐진다.

이날 마라톤회의를 마치고 저커버그를 배웅한 신종균 사장은 이번 만남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 부분에서 파트너십을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주 좋았다”며 “오늘 만남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만남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이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삼성을 찾은 저커버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회색 라운드티에 후드 집업,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그의 한 손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가 들려 있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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