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학개론

▲ 상사의 원칙 없는 인정은 부하들 간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자비와 선심이 대중의 기대치를 당장 높여줄지 몰라도 합당한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대중의 불만을 폭발케 한다. 원칙 없는 관대함은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다. 경고할 때는 경고하고 평가할 때는 평가하라.

월급이나 복지수준 등 여러 면에서 업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동료 간의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작다보니 서로 ‘형님 아우’하며 인정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다. 원칙 중심으로 평가를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수 직원에게만 인정을 베풀다가 공정함이 무너지면 대다수의 직원은 일할 맛을 잃는다. 인정 넘치는 조직과 휴머니스트 리더가 경계해야 할 ‘온정의 덫’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제때 경고하고 주의를 줘야한다. 관대함이 조직성과까지 끌어올리면 물론 ‘오케이’다. 그러나 원칙 없는 관대함은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다. 평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불만이 쌓인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업무나 과제에 초점이 맞춰진 관계에서 하등의 성과가 없다면, 리더가 온화하게 이끈들 무슨 소용인가. 반대로 팀 전체에 성과를 가져다주는 관계라면 때론 예의에 어긋난 말을 한다 해도 관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다.”

조직에서 좋은 인간관계란 공헌에 초점을 맞춘 생산적 관계를 뜻한다. ‘다정多情도 병’이라는 말처럼 무엇에든 관대하고 인정을 베풀어 판단을 흐리는 관계는 아니라는 말이다. 인정과 공정은 확실히 구분하라.

자잘한 인정의 덫에 빠진 착한 리더를 이야기할 때 늘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인물이 중국의 항우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다(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는 구절을 떠올리면 항우가 왠지 힘만 센 미련한 장수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항우는 명석한 두뇌와 지략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중앙귀족 출신임에도 인간미가 넘쳤다.

적에게는 맹수 같지만 병졸을 대할 땐 누구보다 인자했다.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비단옷을 아끼지 않고 벗어줬을 정도다. 한마디로 ‘휴머니스틱’한 리더였다. 이런 항우가 무슨 이유에서 ‘실패한 리더’로 전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항우가살가운 리더였을지언정 신상필벌을 제대로 행하는 공정한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인정이 넘쳤지만 부하들에게 봉토를 나눠줄 땐 하도 망설여서 도장의 모가 닳을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이 아끼는 측근들에게는 공로 여부와 상관없이 포상했지만 소원한 장수들에게는 인색했다. 평소엔 인정이 넘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부하의 신망을 얻지 못해 버림받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은 ‘인약仁弱’과 ‘인강仁强’으로 구분된다. ‘인약’은 이해가 작용하지 않는 일에는 인정이 넘치지만, 정작 이해관계가 생기면 몰인정하다. 반면 ‘인강’은 공정한 원칙에 따라 베풂을 일컫는다. 인약은 상사의 원칙 없는 자질구레한 인정 때문에 부하들 간의 갈등을 키우나 인강은 원칙 있는 인정으로 단합을 낳는다.

작은 인약보다 큰 인강을 베풀라. 자비와 선심이 대중의 기대치를 높여줄지 몰라도 합당한 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대중의 불만을 폭발케 하는 기폭제로 돌변한다. 실제로 형님 아우를 수십명씩 거느린 상사들이 리더십 다면평가에서 직원들에게 형편없는 점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은 놀이터도 친목계를 하는 곳도 아니다. 경고할 때는 경고하고 평가할 때는 평가하라.

인간미만 넘치는 리더가 뒤통수를 맞는 경우는 구성원들의 능력과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특히 심각하다. 편하게 해주고 권한을 대폭 위임했더니 회사 분위기며 근무태도가 말이 아니게 되면서 되레 예전보다 더욱 세게 기강을 잡는 체제로 복귀했다는 실패담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무분담이나 권한위임은 하급자의 능력과 태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무조건 관대하게만 대하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들을 공산이 크다. 리더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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