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포트랙’ 전략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유통사업 활성화를 위해 ‘네가지 칼’을 빼들었다. 통합브랜드 NC로 국내 유통시장을 공략하고, SPA 브랜드를 집중 육성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거다. 가격경쟁력을 위한 ‘직매입’ 전략, 하나의 소비층만 공략하는 ‘원타깃’ 전략도 눈길을 끈다. 박 회장이 꺼낸 칼 끝에 유통업계의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 이랜드가 기존의 백화점 브랜드를 NC로 통합하고 있다. NC백화점은 기존 대형백화점과 아울렛의 중간 개념으로 서민형 백화점을 콘셉트로 한다.
이랜드그룹의 유통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이 ‘팔색조 변신’을 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유통시장에서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거다. 이랜드리테일의 2001아울렛 당산점(이랜드 당산점)은 올 3월 여성 전문 쇼핑몰 ‘NC레이디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전까진 식품매장 킴스클럽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랜드 당산점은 이랜드리테일의 상징과 같다. 이랜드리테일의 1호 아울렛이 이 매장이라서다. 이 때문에 이랜드 당산점이 NC레이디스로 탈바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랜드의 ‘유통청사진’을 내다볼 수 있어서다.

직매입 전략으로 차별화 꾀해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유통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포(Four)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는 원타깃 전략이다. NC레이디스처럼 ‘여성’만 공략하는 식이다. NC레이디스는 주부 고객이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모던하우스 가구매장(5층), 식당가(6~7층)를 제외한 1~4층을 여성 패션브랜드로 채웠다.1

  여성을 위한 맞춤형 아울렛이다. 20~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은 NC뉴웨이브도 광주에 선보인다. 1~2층 매장의 70~80%를 SPA 브랜드로 채울 예정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대형 쇼핑타운 커낼워크에는 올 7월경 NC큐브가 입점한다. 유럽식 저층형의 스트리트 쇼핑타운으로 소득이 많은 소비자가 타깃이다.

둘 째는 브랜드 통합전략이다. 이랜드는 2003년 인수한 뉴코아 계열의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채널에도 NC라는 통합브랜드를 순차적으로 붙이고 있다. ‘뉴코아’라는 올드한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서민형백화점’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순천·평촌 뉴코아 백화점을 NC백화점(2005)으로, 2001아울렛 당산점을 NC레이디스로 바꾼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브랜드를 통합한 NC백화점의 등장은 의미하는 게 많다. 무엇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이끌던 백화점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동아백화점 등 이름이 다른 백화점을 NC로 통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NC백화점의 영업망도 지방으로 넓힐 수 있다. 박 회장이 NC백화점 광주점을 올 6월 2일 오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주점은 현대백화점이 위탁운영을 하던 곳이다.

셋째 전략은 직매입이다. 이랜드는 최근 브랜드 통합작업과 함께 ‘해외 직접매입(직매입)’ 전략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다른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박성수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 직매입을 하면 다른 백화점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어서다.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거다. 물론 재고를 부담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박 회장은 묘안을 내놨다. 백화점에서 팔리지 않은 직매입 제품을 아울렛으로 넘기는 전략이다.

마지막 전략은 SPA 브랜드의 집중 판매다. 2012년 초 박성수 회장은 “SPA를 준비하라”는 영令을 내렸다. SPA 브랜드의 경쟁력을 일찌감치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SPA 브랜드(스파오·2009년 11월)를 처음 론칭한 이도 사실 박 회장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SPA 브랜드를 적극 론칭하기 위해 베트남·스리랑카·인도 등지에 직영공장을 잇달아 세웠다. SPA 브랜드는 제조사가 상품기획부터 제조·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대량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유통단계를 줄이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박 회장이 직영공장을 짓기 위해 해외 곳곳을 동분서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회장의 지시대로 이랜드는 2010년 4월 미쏘를 출시했고,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미쏘가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자 박 회장은 내친김에 기존 브랜드까지 SPA브랜드로 전환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후아유를 시작으로 올해는 ‘로엠’과 아동복 브랜드 ‘유솔’을 SPA브랜드로 바꿨다.

 
올 5월에는 1만~3만원대 저가신발을 주력으로 만드는 신발 SPA 브랜드 ‘슈펜’을 론칭했다. 슈펜 브랜드는 NC백화점 송파점 오픈 첫날에만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기적 같은 매출을 올렸다. 6월엔 SPA 아웃도어 브랜드 ‘루켄’을 론칭해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은 SAP 브랜드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다. 스파오·후아유를 비롯한 대형 SPA 브랜드가 핵심무기다. 이를 통해 이랜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우선 공략지역은 중국이다.
 

이랜드는 올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미쏘 1호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항저우杭州, 난징南京 등에 10여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2015년까지는 중국 내 매장을 120여개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며 “기존에 진출한 패션 브랜드와 SPA 브랜드가 시너지를 내면 중국시장에서의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소비층 공략하는 ‘원타깃’ 전략

일본에도 진출했다. 올 3월 요코하마橫濱 소고점 미쏘를 오픈한 이랜드는 3년 내에 일본 내 매장을 20~30개까지 확대해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을 세웠다.
 

 
결실은 벌써 맺어지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중국 패션사업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패션부문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통합브랜드 NC·원타깃·직매입·SPA전략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이랜드와 박성수 회장. 밑그림은 이미 그려졌다. 이제 색을 칠할 일만 남았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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